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LG트윈스 강팀의 조건[EDITOR's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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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코로나19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농구가 아니라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축구를 약한 고리 스포츠라고 칭했습니다. 10명이 잘해도 수비수 한 명이 뚫리면 골을 먹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농구는 슈퍼스타 한 명이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고리 스포츠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세계를 약한 고리 스포츠에 비유한 것은 코로나19 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약한 고리는 마스크, 병상, 간호사 등이었습니다. 평소 의료시스템에서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부문의 부족이었다는 얘기지요.
오늘은 진짜 스포츠 얘기를 하려 합니다.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습니다. LG트윈스가 통합우승을 했습니다. 올 시즌 LG트윈스 게임을 보며 야구도 어쩌면 약한 고리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해설자들은 1년 내내 LG트윈스에 대해 “거를 타순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숨 돌릴 틈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LG트윈스는 통상 약한 고리로 불리는 7번, 8번, 9번까지 만만치 않은 타자로 채워 넣었습니다.
불펜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전처리 투수조차 다른 팀에 가면 승리조에 합류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런 라인업은 LG트윈스를 리그에서 역전승을 가장 많이 하는 팀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지고 있었도 질 것 같지 않고, 이기고 있으면 이길 것 같은 팀’으로 변신했습니다. 과거 두산 등을 연상케 하는 강팀의 조건이지요.
LG트윈스의 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 만든 선수들의 면면도 인상적입니다. LG의 고질병 2루수 자리를 해결한 9번 타자 신민재는 연봉 4800만원, 8번 좌익수 문성주는 9500만원을 받았습니다. 염경엽 감독이 한국시리즈 활약을 극찬한 투수 유영찬은 3100만원, 올해 내내 승리조로 활약한 백승현은 4600만원, 함덕주는 1억원에 불과합니다.
또 한 명의 전설은 투수 김진성입니다. NC에서 방출된 후 프로야구 모든 구단에 받아달라고 전화했지만 거절당한 김진성. 그는 마지막 LG에 테스트라도 보게 해달라고 전화합니다. LG는 38세의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올해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80게임에 등판한 김진성은 LG트윈스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갓진성, 킹진성’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약한 고리가 강한 고리가 되는 순간 LG는 강팀이 됐습니다. 고액 연봉 선수, 높은 지명도 등에 얽매이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선발에서 보여주듯 감독과의 인연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 만든 힘은 공정성이었습니다. 야구 잘하는 게 최고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치질이 자리 잡을 공간은 없었습니다. 공정성은 절박함을 희망으로 바꿔주는 마법을 발휘했습니다. 수천만원 받는 선수들은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1군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절박하게 야구를 하고, 고액 연봉자들은 주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여기에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더해졌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여하튼 이런 공정성은 조화라는 또 다른 선물을 가져다 줬습니다.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1차 지명선수(오지환), 2군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선수(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 그리고 외국인(오스틴 딘)이 골고루 포진하게 된 것이지요.
이 밖에 LG트윈스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수많은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한정된 지면이라 여기까지만. 다만 트윈스의 우승을 보며 한번쯤 현재 조직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약한 고리는 없는지, 그 고리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을 쓸 때 공정하게 쓰는지, 조직원들의 절박함은 어느 정도인지를.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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