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586 대항마 만들 것…한동훈, 野에 말리면 안 돼" [인터뷰]
국민의힘 '인재영입 위원'된 조정훈
양 진영서 욕 먹으며 與 승선한 이유
"민주당, 내가 환상 갖던 민주당 아니었다
국민의힘이 개혁의 공간 훨씬 넓어"
"혁신위, 11월 말이면 승부…그 때 '1호' 발표"
"운동권 대항마 될 분들 영입하면 우리가 이겨"
"'큰 말' 한동훈, 野 '침 묻히기'에 말리면 안 돼"
원내 1석의 소수 정당 '시대전환'을 이끌던 조정훈 의원이 국민의힘에 승선했다. 아직 몇 가지 남은 공식 절차를 마무리해야 완전하게 당적이 변경되지만, 그는 승선 직후부터 국민의힘 인재 영입위원회 위원이라는 요직을 맡았다.
"제가 민주당을 선택했다면 이렇게 욕 안 먹었겠죠."
'범야권' 진영에서 정치를 시작했기에, 그의 국민의힘 합류를 두고 뒷말이 많았다. 의정 생활을 하는 지난 3년 반 내내 꾸준하게 여야 모두의 러브콜을 받았던 그답게, 양 진영 모두에서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결정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개혁의 공간'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개혁의 공간이 훨씬 더 넓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그는 '이재명 대표'의 등장이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세계은행에서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로 일하다 민주당의 '영입 인재'로 정치를 시작한 조정훈 의원. 실제 겪은 민주당은 자신이 환상을 가지고 있던 민주당과는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586 운동권 청산'을 내년 총선의 시대 정신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정치가 바뀌려면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운동권 인사들에 대항할 만한 인재를 모셔 올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조 의원은 '시대 정신에 맞는 사람'을 인재 영입 대상 1순위로 찍었다. 그는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해? 이런 사람이 국민의힘으로 와? 그런 사람이 드는 사람을 영입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자신이 '찜'한 지역구 '마포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편안한 미소를 보였다. 마포구 주민들이 지역 발전에 대한 요청도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 대한 당부를 더 많이 한다며 가히 '마용성'의 마포다운 모습이라고 자부심을 내보였다.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마포 당선에 힘을 쓰는 것은 물론 '586 운동권 설거지'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동권 학생회장으로 정치를 시작해 노회한 정치인과, 정치 밖에서 자기 영역을 이뤄온 사람들이 극적 대조를 이룬다면, 반드시 이긴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최근 지도부와 갈등을 겪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과 관련해선 승부가 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이달 말께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영입인재 발표는 혁신위의 활동이 마무리된 직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자꾸 민주당에서 싸움을 거는데 거기에 말려 들어가면 안 된다"면서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끝까지 움직이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정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시대전환 조정훈'에서 '국민의힘 조정훈'이 된(되는) 소감이 어떠신가.
"상장시키려고 창업했는데 엑시트한 느낌. 어떻게 보면 작은 정당을 창당했다가 대기업에 입사한 것이다. 제가 정치 시작하기 전에 세계은행이라는, 대기업보다 훨씬 더 큰 기구에서 일했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있다. 창업하는 분들도 서러움도 알고. 이제는 진짜 큰 배에 올라탔기 때문에, 시대전환이라는 정당은 없어도 시대전환의 뜻과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Q. 임기 초반 '범야권' 진영에서 서서히 궤를 달리하다, 임기가 끝날 때쯤에 여권 소속이 됐다. 조정훈 의원을 움직이게 한 결정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저는 개혁의 공간이 국민의힘이 훨씬 더 넓다고 생각한다. 제가 2016년 18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제게는 민주당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말로만 듣던 87년 학생운동의 그 리더들이 만든 정당, 그리고 김대중과 노무현. 그들이 지역감정 해소나 정치권 주류 교체 등 나름 우리 정치에 중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내에서 3년 반 동안 실제로 부딪힌 경험은 너무 달랐다. 과연 내가 생각했던 민주당이 맞았는지. '살다 보면 안 만나면 좋은 사람이 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가장 넘지 못하는 건 이재명 대표의 등장이었다. 야금야금 시작해서 지금은 완전하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됐다. 이재명 대표가 보여줬던 대선 행보, 그리고 그 이후의 국회의원이 되고 당 대표가 되는 방탄 (관련) 행위. 제가 너무 기가 막혔던 게 최근 민생 이슈에서 지니까 주 4.5일제를 가지고 나왔다. 그게 우리가 한 건데... 진심일까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이제 민생에서 밀리니까 그나마 인기가 있던 주 4일제를 또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들을 보면 민주당은 도덕적 자존심을 지키고,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가슴 떨리고 흥분시키는 그런 의제를 던지는 정치 세력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은 아직 대성공은 못 했지만, 연금 개혁이나 교육 개혁, 노동 개혁(을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와 준비하는 노동 개혁 세미나 시리즈도 있다. 오히려 더 개혁의 공간이 넓다는 느낌을 실질적으로 함께 하면서 계속 느낀다. 국민의힘은 절박감이 있는 것 같다. 현역의원 숫자가 112명밖에 안 되다 보니, 개혁을 하면 내가 밀려난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개혁해야겠다는 생각 아닐까."
Q. 국민의힘이라는 '큰 배'에 올라탔다. 앞으로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까?
"큰 배에 올라탔으니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다니며 이 배가 어떻게 생겼나, 누가 이 배를 이끌어가고 있나 보고 있다. 옛날에는 비록 국회의원이었어도 제 제안을 받을 숙주들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그 단계를 바로 뛰어넘는다. 장관들도 전에는 제 전화를 안 받으시더니, 이제는 바로 받으시고, 제안도 수용해주시고 한다. 현실 정치에서 조금씩 변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돛단배'인 시대전환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변화가 없다. 우리 정치가 좌와 우를 넘어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정치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 건달이나 잡놈의 업으로 비아냥대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힘이라는 큰 정당을 설득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21대 국회가 마무리되어가니 22대 국회에서, 제 당선을 넘어 '좋은 사람이 정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실은 조직에서 똘똘한 20% 내외가 조직을 '캐리'한다."
Q. 그럼에도 당내에서 '조정훈을 1호로 영입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때려주시고, 비판해주셔서 감사하다. 정치인은 국민 여러분이 비판적으로 보시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판이) 진짜 국민의 목소리라면, 저는 왼뺨을 맞고 오른뺨을 내드릴 생각이 있다. 이 비난을 받으면서 민주당이 아닌 오른쪽으로 온 이유는, 보수의 확장성에 더 큰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보수는 기득권, 강남, 부자, 영남, 남자다. 이건 좀 재미가 없다. 그리고 저는 남자라는 것을 빼면 그 클럽에 들어갈 자격도 없다. 보수 정치의 두 축은 △품격 있는 정치와 △질서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보수 정치가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하고 모든 변화에 저항하는 것처럼 비치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보수 정치 다시 앞으로'. 진보 정치가 달성 불가능한 방향을 가리키며 국민 가슴을 뛰게 하는 거라면, 보수는 한 걸음 한 걸음 실제로 '딜리버리'하면서 현실을 관리해나가며 앞으로 나가는 정치라고 본다."
Q. 그럼 앞으로 '조정훈이 있는' 국민의힘은 무엇이 달라지나
"저 하나가 112명의 1/N보다 더 크다고 하면 무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색깔이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메뉴, 신상품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첫 번째로 의제 확장성. 소위 진보의 의제도 보수적으로 거침없이 재해석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신다면, 진보 의제라고 모른 척해선 안 된다. 다만 보수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전 거침이 없다. 좌도 우도 아니고 앞으로니까.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못 먹을 약이 없다고 본다. 두 번째로 인물의 확장성이다. 특히 수도권, 마포도 만만치 않은데 인재영입위원회로 덜컥 들어간 이유도 그것이다. 제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정치가 바뀌려면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Q. 당장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으로 일하게 됐다. 조정훈 의원이 생각하는 인재 영입 컨셉트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인재들이 좋은 인재냐. 저는 아무리 유명해도 시대 정신에 맞지 않으면 발탁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그래서 비례대표가 다 과학자들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가 터졌다. 의사나 간호사가 비례 1번이었다. 2024년은 누가 비례 1번일까? 또 과학자나 의사 간호사라면 실망스럽다. 그럼 과연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이냐(는 고민이 있다.) 두 번째는 확장성이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해?' '이런 사람이 국민의힘으로 와?' '진짜 국민의 힘이 넓어지려고 작정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을 영입하려고 한다."
Q. 첫 영입 인재 발표 시기는 언제쯤일까?
"혁신위가 밭을 가는 것이니까, 혁신위가 정리된 다음에. 컵에 들어 있는 물을 버리고, 컵을 닦고 새로운 물을 채워야 하지 않겠나. 혁신위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봐. (Q. 혁신위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승부가 나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11월 말쯤."
Q. 혁신위가 '밭을 가는 역할'이라고 했는데, 그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시나?
"혁신위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아니다. 혁신위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원칙을 제시하는 기구다. 특정인을 불러서 불출마하라고 하는 건 혁신위가 아니라 공관위에서 할 얘기다. 청년들을 적극 배려하는 것은 맞지만, 실은 대부분의 이야기가 인물에 대한 것이다. 그거보다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이다.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를 혁신했다. 어떻게 했나. 인물 발굴이 먼저가 아니고 '인맥'에 기댄 고질적 시스템 자체를 바꿨다. 그러니 박지성 같은 인물이 나온 것이지, '박지성이 축구 해야 하니까 나와' 한 게 아니다. 그런 이슈가 필요하다."
Q. 비대위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웃으며) 없다. 저도 좀 알아봤는데, 비대위 가능성은 없다."
Q. 총선과 관련해서는 '586 설거지론'을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최근 송영길 전 대표나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거친 언사로 '운동권 청산'에 대한 관심이 또 한 번 고조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586 설거지'에 앞장서겠다는 생각도 여전한가?
"물론이다. 저는 그분들의 대항마를 모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현역 프리미엄' 때문에 얼마 안 바뀔 거다. 몇 프로 날리면 열 몇 자리나 날까. 저희는 현역 의원 수를 빼더라도 공간이 훨씬 넓다. 수도권에서 빈 지역위원장 자리만 해도 30자리가 된다. 이건 굉장히 플러스다. 인물 경쟁력이 있다면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극적 대조를 이뤄보고 싶다. 나이 자체가 아니라, 운동권 학생회장으로 정치를 시작해 쓴맛, 더운 맛 다 본 노회한 정치인과 정치 빼고는 다 해본 사람들. 정치 밖에서 자기 영역을 이뤄온 사람들. 소위 586 운동권이 무시하는, 자기 분야로 나아가서 우리나라 최고가 되어 세계에서 경쟁하는 사람들. 국민이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까.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고 본다."
Q.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다녀보며 느껴지는 민심은 어떤가.
"한강에 하루에 4~5번을 넘는다. 지역구가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가야 하면 주중에는 못 가는데 저는 시도 때도 없이 가서 많은 분을 만난다. 마포는 자부심이 높은 동네다. '마용성'의 마포이지 않나. 그분들이 하는 얘기가 마포답다. 마포의 자존심. 정치가 없어도 잘 살고 계신 분들 같다. 정치가 아니면 먹고사는 게 힘든 분들은 거의 못 만나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에 좋은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마포라는 지역 발전에 대한 담론도 있지만, 대한민국 발전에 대한 담론도 많다. 마포 '핫플레이스' 중 하나가 경의선 숲길인데, 걸어 다니면서 만나면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보다 '대한민국 정치 좀 바꿔주세요' 이런 분들의 얘기가 훨씬 많다."
Q. 국민의힘 관련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두 사람의 토론이 아쉽게 무산되기도 했는데,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준석 (전) 대표는 훌륭한 재질들이 많다. 10년 동안 버티며 이 위치에 온 사람이 역사상 있었나 싶다. 그런 면에서 리스펙. 그런데 더 이상 (이 전 대표도) 청년이 아니다. 혁명을 꿈꾸는 정치인이 아니라면 다시 1층으로 내려올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현실정치를 시작해서 권력이라는 수단으로 뜻을 펼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이 한마디 하면 보도되는 수백개의 기사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오지 않을까. 그게 국민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나. 대한민국 좋아지게 하려고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나. 기사 수십, 수백 개 못 내도 국회 안에서, 상임위 안에서 꿋꿋이 일하는 정치인이 더 가성비 높은 것 아닌가. 이준석도 이제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신당 창당'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친구인지 적인지 곰곰이 생각 해보셔라. 이준석을 위한 목소리가 조금 거칠더라도 듣는 성숙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Q.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돋보이는 '케미'를 보였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적절한 정치 입문 시기는 언제일까. 이번 총선이 맞나.
"그걸 알면 제가 판을 깔죠. (웃음) 한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다. 큰 말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상황이 만들 거라고 본다. 정기 국회 끝나는 12월까지는 아무것도 없을 거고, 12월 말이나 1월 말, 어쩌면 2월 말이 될 수도 있다. 한 장관이 없어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면 안 움직이실 거고, 한 장관이 와서 그야말로 다섯석이나 열석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오시는 거고. 한 장관이 자신의 이익이라는 함수보다는 진영의 승리, 국가의 승리, 국가의 개혁에 더 관심이 있다는 진정성을 믿는다. 제가 만나 본 한 장관은 솔직하다. 저랑 학번 동기인데, 이 나이에 이 정도까지 바라면 욕심 아니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자꾸 민주당에서 싸움을 거는데 국민의힘 구성원이 거기 말려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나와라 나와라' 이러는 거잖아. 침 묻히기 하겠다는 건데, 끝까지 움직이면 안 된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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