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47. 과학기술 대통령의 도전

남궁창성 2023. 11. 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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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취임사에서 '과학' 5번 언급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도 4번 강조
외교현장 과학 및 미래세대 대화 고정
과학수석비서관실 신설 논의도 주목

작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북한의 비핵화, 글로벌 리더 국가 등을 주목한 반면 중요한 단어를 하나 놓쳤습니다. 바로 ‘과학’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길지 않았던 취임사에서 ‘과학’을 무려 다섯 번이나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을 네 번이나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중입니다. 이번 미국 방문의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도 ‘과학’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약과 빠른 성장을 강조하며 그 해법으로 제시한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걸음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학창시절 심심하면 수학 문제를 풀었다고 한 대통령실 참모가 전했다. 경제학과 수리통계학을 전공한 부친의 유전자를 이어 받아 수학을 좋아했고 과학 등 이공계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역대 대통령실에서 과학기술 분야를 보좌하는 비서관실은 보고도 별로 없었고 대통령 해외 순방시 수행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후 과학기술비서관실은 대통령에 대한 수시 보고도 많고 정상외교 현장의 고정 멤버가 됐다.

용산 대통령실은 최근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비서실 재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실’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혔던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을 통한 성장과 미래 먹거리 준비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도착 당일인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에서 공부하는 과학기술 인재 등을 초청해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를 가졌다.

이날 만남은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인, 대학에서 공부중인 연구자, 더 큰 꿈을 품고 미국을 찾은 개발자, 인턴, 학생 등을 초대해 그들의 도전과 혁신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미래세대와 나눈 대화를 들어보자.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시는 여러분들을 만나니까 아주 반갑고 기쁠 뿐 아니라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여기 오는 길에 부스에서 시연을 봤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스타트업의 활약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과 미래를 걸고 도전을 이어가는 미래세대 여러분들이 아주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저는 한국-프랑스 미래 혁신세대와의 대화, 한국-베트남 디지털 미래세대와의 대화,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AI 유스(youth) 페스타 등 전부 올해 했던 행사들인데 이런 걸 통해서 미래세대의 혁신과 도전을 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미래세대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연구에 실패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정책을 바꿔 나가는 중입니다. 특히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협력 기회를 확대하고 해외 연구자는 대한민국 정부의 R&D에 참여할 수 없었던 제한도 없애고 있는 중입니다. 이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한인 미래세대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적에 관계 없이 뒷받침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더 넓은 운동장에서 도전하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해외 진출 스타트업 중 37.6%가 북미로 진출하고 그 중 약 절반 정도가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에 센터를 운영 중인 13개 기관의 다양한 지원 정보를 한 곳에서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 포털을 구축할 것입니다. 또 우리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서비스가 맞춤형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이미 놀랄만한 성취를 얻으신 분도 있고, 또 새로운 혁신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협력해서 여러분들이 더 큰 성취를 이뤄내고 또 글로벌 무대에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도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과 세계를, 밝은 미래로 만들어줄 주역입니다. 혁신의 주역입니다. 여러분의 도전을 저는 강력히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만남에서 최연소 참석자인 UC 버클리대의 허효정 학생은 “솔루션이 해결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체의 혼합, 융합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융합을 통해 하나의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는 미래를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엿볼 수 있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요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대통령 과학장학생으로 선정돼 미국에서 연구를 시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정부 지원으로 미국 등에서 과학기술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들어갈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과학기술인에게 실패는 빈번한 일로 이를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배움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글 개발자로 일하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정영훈 XL8 대표는 언어의 장벽을 넘는 방법을 고민하다 인공지능 번역 기업을 창업한 과거를 소개하며 “개인의 어려움이나 문제 인식이라는 과정을 통해 혁신이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회사처럼 작은 성공의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대통령님께서 디지털 혁신을 대한민국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건의했다.

빅테크 기업에 근무 중인 이재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이런 정보교류의 장이 많아지면 좋겠다.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더욱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스탠포드대 대학원 한인 학생 대표인 오진원씨는 “해외 대학원생에게 학위 기간 연구과제를 통해 한국에 있는 우수 대학이나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하거나 인턴십을 진행할 기회가 제공된다면 해외 한인 과학자들이 학위 취득후 한국에 돌아가는 데 굉장히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 4D 리플레이에 다니는 박시연 인턴은 “글로벌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이 더 도전할 기회를 제공했다. 저와 같이 글로벌 성장을 꿈꾸는 모든 미래세대들을 위해 정부 지원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옆자리에는 이재용 박사(로렌스 버클리 내셔널 랩), 김상철 박사(스탠포드대), 김수지 박사(팔로알토 베테랑 연구소), 최호중 박사과정 학생(스탠포드대), 김명석 박사과정 학생(UC 버클리), 오민환 보쉬 알 개발팀장, 김윤하 슬립 리셋 CEO, 김민정 박사과정 학생(스탠포드대) 등이 자리했다.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국가안보실 조태용 실장·김태효 제1차장, 조현동 주미대사, 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최원호 과학기술비서관, 김동조 국정메시지비서관, 강인선 해외홍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4일 베트남 하노이 소재 삼성전자 R&D센터를 찾아 ‘한-베트남 디지털 미래 세대와의 대화’를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6월24일 베트남 국빈방문 당시에도 하노이 소재 삼성전자 R&D센터를 찾아 ‘한-베트남 디지털 미래 세대와의 대화’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 앞서 한국이 지원한 베트남의 VKIST,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코리아 정보기술(Korea IT) 스쿨 등을 찾았다. 이어 삼성전자 R&D센터에서 코리아 IT 스쿨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메가존 베트남에서 비즈니스 분석가로 일하는 쩐 티 투 히엔의 사회로 한-베트남 디지털 인재들과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제조 협력 파트너에서 연구개발 핵심 파트너로 진화한 한-베트남 디지털 파트너십의 의미를 강조하며 “한국과 베트남 기술을 융합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양국 간 공동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미래 세대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양성 프로그램 규모를 넓혀 가겠다”고 약속했다.

KAIST에서 전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 R&D센터에서 근무중인 딘 쭝 득 연구원은 유학 생활 중 한국의 통신분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밝히고 삼성전자 R&D센터에서 열심히 연구해서 앞으로 베트남도 한국과 같은 통신기술 강국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디지털을 과학기술 차원에서는 빠른 속도의 정보와 데이터 이동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은 네트워크와 초연결을 통해 사회적으로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 미래 세대와 한국 미래세대 간 원활한 교류를 통해 양국 문화가 섞이면 우리의 디지털은 더 발전할 수 있다. 한국 청년들이 베트남에 와서 일하고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일하면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문화도 섞이면서 가치와 산업을 키울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국 정부와 기업이 미래 세대의 꿈과 열정을 실현시키는데 투자할 것이며 청년들의 꿈과 열정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0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프랑스 미래 혁신세대와의 대화’를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6월20일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에도 ‘한-프랑스 미래 혁신세대와의 대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록산느 바르자 스테이션 F 대표, 세드릭 오 유럽우주국 고위자문단 위원(전 프랑스 디지털 담당 국무장관), 박하현 오메나(프랑스 현지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 등과 질의 답변을 주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늘 스테이션 F를 둘러보고 상당한 영감을 받았다. 자유주의와 국제주의는 같은 단어다. 자유주의는 국가주의와 결합할 수 없다. 국제주의는 권위주의와 결합할 수 없다. 사고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에서는 창의와 혁신이 있을 수 없다. 자유로운 시장에서만이 다양한 수요와 선호들이 상품으로 이어지고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자유로운 체제와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것은 전 세계 어느 국적을 갖고 있는 청년이라도 그들이 어디에서든지 혁신을 추구하고 스타트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기회를 제공하고 하드웨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국가가 창업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외국 청년이 한국에서 원활히 창업하고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 지원을 대한민국 국내 활동에 한정하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드릭 오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령화와 기후변화 등 전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공동의 가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과 디지털 분야의 협력에 국한되지 않고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하현 대표는 캐나다인, 프랑스인과 협력한 공동 창업의 경험을 소개하며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대학 프로그램이 매우 도움이 되며 대학생이 창업에 에너지 100%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학사과정 수정 등을 통해 한 학기 정도는 창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정부도 외국 연구자를 위한 프로그램, 외국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청년세대의 협력과 혁신에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과 국제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어려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서 경제 상황을 증진시키고 난제를 돌파하는 방향을 두가지로 잡고 있는데 첫째는 세계시장 도전이고, 둘째는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잡고 있다. 어떤 기술 분야도 좋고 기술을 가치 창출로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여러분과 같은 젊은 세대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7일 서울 동대문플라자 컨퍼러스홀에서 열린 ‘양자과학기술 현재와 미래의 대화’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용산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달 23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를 찾았다. R&D 예산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현장 행보였다.

참석자들은 이날 정부 R&D 예산 절감으로 젊은 연구자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한 R&D 투자 규모의 지속적인 확대, 지역대학에 대한 중단없는 R&D 지원, 국제 공동연구 확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요청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과학기술계 여론을 경청한뒤 R&D 예산 수립에 건의 사항을 반영하는 동시에 과학기술계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연장선에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이 윤석열 정부에서 국내 과학기술 정책은 물론 외교무대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고 이해도도 높아 놀랄 때가 많다. 길지 않았던 취임사에서 ‘과학’이라는 단어를 다섯 번이나 강조했다는 점은 국정철학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필자소개 *

▲ 남궁창성 기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2022년 정권 교체기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실의 국정을 기록하며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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