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직 쫓으며 공격하는 세균, 정맥 투여 방식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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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을 일으키는 장내세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살모넬라균' 등을 암 조직을 공격하는 아군으로 활용하는 박테리아 암 치료제를 정맥에 투여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다.
16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3 화순국제백신·면역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민정준 전남대 의대 핵의학교실 주임교수는 "해외 박테리아 암 치료제 개발의 경우 경구 투여 방식이 대부분인데, 국내에서 현재 유일하게 정맥 투여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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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을 일으키는 장내세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살모넬라균' 등을 암 조직을 공격하는 아군으로 활용하는 박테리아 암 치료제를 정맥에 투여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다.
16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3 화순국제백신·면역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민정준 전남대 의대 핵의학교실 주임교수는 "해외 박테리아 암 치료제 개발의 경우 경구 투여 방식이 대부분인데, 국내에서 현재 유일하게 정맥 투여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맥 투여 방식은 경구 투여에 비해 약물의 혈관 흡수 속도가 빠르고 경구 투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 교수 연구팀은 치료용 박테리아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2003년 무렵부터 세균을 이용해 암 치료제를 만드는 '암 치료제 박테리아' 연구를 해왔다. 일반적으로 쓰는 약물인 표적항암제의 경우 혈관을 통해 약물이 암 조직까지 전달된다.
그러나 암 조직이 혈관에서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조직 내부까지 약물이 전달돼 효능을 보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표적항암제를 100만큼 넣어도 암 조직으로 전달되는 약물 양이 투입 대비 극히 적은 이유다.
이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테리아 암 치료제나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세포치료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CAR-T 세포치료제가 암 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라면 박테리아 암 치료제는 암 조직을 공격하는 세균을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암 지향성이 있는 세균을 몸 속에 번식시키면 이 세균들이 암 조직을 쫓아간다. 세균이 암 조직을 쫓아가는 원리는 아직 불명확하다. 다만 암 조직 내부에 있는 어떤 성분이 세균에게 일종의 먹거리로 작용한다고 추정된다.
인체에 투입된 세균들은 암 조직을 공격하는 작은 로봇 역할을 한다. 세균은 20~30분마다 1마리에서 2마리로 늘어나는 등 몸속에서 빠른 속도로 분열하기 때문에 금세 여러 마리로 늘어나 암 조직의 파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민 교수 연구팀은 식중독균으로 알려진 살모넬라균과 비브리오균을 결합해 암 치료용 박테리아 'ppGpp 결핍균주'을 개발, 2017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메디신'에 공개한 바 있다. 생물공학적으로 재설계해 세균의 독성을 없앴다. 몸속에 투입된 세균은 암 세포를 만나면 사이토라이신A라는 물질을 분비해 암세포를 무찌른다.
민 교수는 "선천적 면역을 강화하는 데 집중되던 박테리아 암 치료제 연구가 후천성 면역까지 강화하는 데까지 진척됐으며 국내에서는 경구 투여뿐 아니라 유일하게 정맥 투여 방식도 연구중"이라며 "20년 전만해도 거의 연구자가 없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박테리아 이용한 암 치료제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화순=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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