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득표까지' 어메이징 김하성, 亞 내야수 정점 찍었다…韓 역대 3번째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한국인 역대 3번째로 미국 메이저리그 MVP 투표에서 득표했다.
김하성은 17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공개한 내셔널리그 MVP 투표 결과표에서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를 두고 1위부터 10위까지 투표에 순위마다 차등 점수를 줘서 합산하는 방식인데, 김하성은 최하위인 10위표 5장을 받아 5점을 획득했다. 5위표 1장을 받은 샌디에이고 동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똑같이 5점을 받았다.
한국 선수가 MVP 투표에서 득표한 건 추신수(현 SSG 랜더스), 류현진(FA)에 이어 김하성이 3번째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인 2010년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9점(6위표 1장, 9위표 1장, 10위표 2장)으로 14위에 올랐고,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3년에는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23점(6위표 1장, 7위표 1장, 8위표 1장, 9위표 4장, 10위표 3장)을 받아 12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인 2019년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8위표 1장을 받아 19위를 기록했다.
올해 김하성은 2021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래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은 지난 6일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내야수로 인정을 받았다. 10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아시아 출신 내야수는 김하성이 유일하다. 당연히 한국인으로도 최초다.
골드글러브는 김하성 이전에 스즈키 이치로(외야수) 단 한명만 수상했을 정도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박한 상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만큼 성공한 아시아인 야수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어려운 일을, 게다가 외야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비를 평가하는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내야수로 이룬 성과라 더 값졌다.
김하성은 미국 스포츠매체인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야구 커뮤니티 전체와 어린 소년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성과지만, 아시아에서 야구를 하는 소년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또 내야수로도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그게 더 행복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아시아인 내야수는 빅리그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그런 의심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게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서 골드글러브에 욕심을 보였는데 꿈에 그리던 일을 해냈다.
김하성은 수상을 확정한 뒤에는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 한국 야구를 더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올해 김하성의 성장이 가장 돋보인 건 타격이었다. 사실 수비는 김하성이 빅리그 첫해부터 인정 받은 능력이었고, 안정적인 수비 덕분에 타격에서 고전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빅리그 도전 처음 2년 동안에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출전 기회를 늘리면서 시속 150㎞는 우습게 넘기는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면, 올해는 적응을 다 마쳤다는 것을 적응하는 시즌이었다.
김하성은 올해 152경기에서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출루율 0.351,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모든 공격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샌디에이고 팀 내에서 도루 1위, 출루율 2위, 타율 3위에 오르는 등 1번타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이었다. 실버슬러거의 주인공이 되진 못했지만, 다음 시즌 김하성의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최종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하고 올해 수상의 기쁨을 누렸던 골드글러브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MVP 투표에서도 표를 획득하면서 김하성은 충분히 만족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샌디에이고에서는 다음 시즌 잰더 보가츠를 밀어낼 주전 유격수로 김하성이 다시 언급될 정도로 입지가 단단해졌다. 김하성은 올해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8을 기록하면서 샌디에이고 타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메이저리그 야수 통틀어 11위에 올랐다. 샌디에이고에서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했던 김하성은 이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할 발판까지 마련해뒀다.
한편 아메리칸리그 MVP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내셔널리그 MVP는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차지했다. 두 선수 모두 만장일치 수상자가 됐는데, 양대리그 MVP가 모두 만장일치로 선정된 건 역대 최초다. 오타니는 2021년에 이어 올해도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되면서 빅리그 역대 최초로 2번 이상 만장일치 MVP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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