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브' 결국 폐지…"사유는 '안 맞는다' 한줄 정리"
KBS2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결국 4년 만에 폐지된 가운데 제작진이 독단적인 결방·폐지를 결정한 편성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더 라이브'는 지난 16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시청자들을 위한 공지를 게시했다. 제작진은 "조금 전 제작진은 '더 라이브' 폐지 결정을 통보받았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앞으로 4주간 다른 프로그램이 대체 편성될 예정이며 공식 종방일은 12월 중순"이라고 알렸다.
시청자들과 패널을 향해서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지만 못내 아쉽다. 더 잘할 걸, 더 공부하고 원고를 썼어야 했는데, 더 깔끔하게 편집했어야 했는데, 더 재밌고 유쾌하고 깊이 있게 우리 사회를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욕심 부리지 못한 지난 시간이 후회로 남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많이 부족했던 '더 라이브'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큰절을 올린다. 지기님들과 '함께'였기에 매순간 행복했다. 오늘도, 내일도 더 라이브"라며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 동안 KBS 시사 프로그램 간판 자리를 공고히 지켜온 '더 라이브'는 지난 13일 제작진 협의·동의 없는 편성 삭제 이후 불과 3일 만에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셈이다.
'더 라이브'는 지난달 한국갤럽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조사에서 시사교양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는 박민 사장 취임 직후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17일 제작진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에는 긴급 결방부터 폐지까지 3일간의 긴박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다.
해당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제작진은 편성본부장을 찾아가 이 같은 결방을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물어봤지만 끝내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편성본부장은 "발령을 늦게 받아 전체를 파악하진 못한다. 코비스(KBS 사내망) 게시물을 통해 통상적 업무 차원에서 반영했다"라고 기술적인 답변만 거듭했다.
제작진이 '그렇다면 왜 이런 중대한 결정이 어떤 소통과 협의도 없이 진행된 것'인지 묻자 편성본부장은 "개편도, 수시교체도 아니고 그 밑 단계의 결정"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낮은 수준의 변경'이라서 편성규약상 의무 규정을 건너뛰었단 소리인데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단 하루 결방이 이뤄져도 전화 네댓통은 기본이다. 누구보다 엄격하게 편성규약을 준수해야 할 책임자가 태연하게 규정 위반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눈앞이 캄캄하다"라고 지적했다.
우려대로 결국 이틀 뒤 '더 라이브'는 편성본부 통보에 의해 폐지됐다. 당장 폐지가 아니라 4주간 대체 편성 후 종방을 하겠단 편성본부의 결정을 제작진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속마음이야 당장 폐지를 선언하고 싶겠지만 그럴 경우 작가 등 외부 제작 요원과의 무더기 계약 위반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프로그램 폐지시 한 달 전 고지' 의무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민 것이 '임금 보전' 꼼수"라고 짚었다.
폐지 사유 역시 빈약하다는 입장이다. 제작본부의 간부로부터 전달받은 폐지 사유는 별다른 근거나 정량·정성적 데이터 없이 '2TV에 맞지 않는다'는 한 줄의 문장이었다. 폐지 결정에 '어떤 의견을 제시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제작본부는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전달자 역할만 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작진은 "'더 라이브'가 2TV 채널 이동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시청률, 화제성, 디지털 반응 등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였는지 왜 제시를 안 하는가"라며 "기본적인 데이터와 성과지표는 일언반구 언급 없이 성의 없는 문장만 던지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가. 숨겨놓은 성과지표와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반발했다.
또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제작진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요청한 긴급 공방위(공정방송추진위원회)도 인사를 핑계로 사측이 시간끌기 중이라며 "편성본부장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편성본부장이 편성 규약을 위반하는 것을 막지 못한 주변 국장들도 함께 자리를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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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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