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그린, 안하무인과 영악함 사이?

김종수 2023. 11. 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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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NBA 악동을 언급할 때 데니스 로드맨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다. 1986년 드래프트 2라운드 27순위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뽑혔을 당시, 자신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누구냐고? 무명대학 나온 무명선수다'고 대답하면서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드러냈다.


그래서인지 거칠고 마초적인 분위기로 악명높은 디트로이트에서 배드보이즈의 새로운 멤버로 잘 적응해가며 활약했다. 그는 NBA에서 살아남기에 썩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포지션 대비 사이즈가 큰 것도, 그렇다고 슈팅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손끝 감각도 좋지못해 골밑에서 쉬운 슛도 놓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0년이 훌쩍 넘게 악착스럽게 생존했다. 그렇다면 팀에 잘 융화되거나 성격이 좋은 선수가 아닐까 싶지만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대다수에게 인정받기 어려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코트 안팎에서 적지않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뭉치였다. 특히 코트 밖에서의 기행은 역대에 남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물론 로드맨이 거기에서 그쳤다면 그는 진작에 퇴출되어 선수 생활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형편없이 부족한 공격력과 개성을 넘어선 말썽을 커버할만한 확실한 무기가 있었다. 다름 아닌 수비였다. 같은 파워포워드는 물론 어지간한 센터까지 매치업이 가능할 정도로 수비를 잘했다.


힘과 기술도 좋았고 지능적인 부분도 빼어났다. 특히 리바운드같은 경우 역대 최고의 리바운더에 이름을 올릴 만큼 탁월한 능력을 뽐냈다. 올해의 수비수상 2회, 리바운드왕 7회, NBA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 7회, 파이널 우승 5회의 경력이 이를 입증한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 주인공 강백호의 롤모델이 된 선수이기도 하다.


로드맨의 농구 인생 중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함께 3연패를 만들었던 시절은 가장 화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은퇴 후 복귀를 했던 조던의 시카고는 골밑 전력이 부족했는데 이를 채워줄 인물로 로드맨을 선택한다. 데려올 당시에는 말이 많았다. 로드맨의 수비와 리바운드는 누구나 알아줄만한 수준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코트에서 정상적으로 뛸 수 있을 때나 해당된다.


당시 그의 기행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지라 어긋난 행동을 못 봐주던 조던과 맞지 않을 것이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결과는 의외였다. 로드맨은 무난하게 팀에 녹아들며 불스의 골밑에서 고군분투해줬고 파이널 3연패의 공신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여기에는 필 잭슨 감독과 조던의 맞춤형 대응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보통 로드맨같은 인물에 대해 팀에서는 채찍이나 밧줄부터 들려고 한다. 채찍으로 때리던가 밧줄로 묶던가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잭슨 감독과 조던은 달랐다. 당근부터 들이밀었다. 그의 개성을 존중했다. 코트에서만 잘 뛰어준다면 뭘해도 신경쓰지 않았고 때로는 지지하는 듯한 발언도 아끼지 않았다.


로드맨 역시 마냥 악동은 아니었다. 리그 최고의 감독과 선수가 자신을 배려해주자 본인 또한 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불안한 시한폭탄을 들고나와 윈윈이 된 대표적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로드맨과 비교가 되는 악동들로는 여럿이 있는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 또한 빠질 수 없는 후보다.


최근 그린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농구를 너무 잘해서? 아니다. 또 사고를 쳤기때문이다. 그린은 15일 있었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에서 루디 고베어(31‧216cm)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했고, 플래그런트 2파울을 받고 곧바로 퇴장당했다. 이에 NBA 사무국에서는 5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조치를 내렸다.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팀내 핵심 멤버임을 감안했을 때 나름 합리적이고 강력한 징계다는 의견도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데로 그린의 이런 비신사적인 반칙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으로 앚을만 하면 한번씩 튀어나오는 돌발사고에 골든스테이트 팬들조차 ‘이제는 지친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그린의 더티 플레이나 코트내 돌발행동은 악명높다. 언더사이즈 빅맨으로서 자신보다 큰 매치업 상대들을 맡아 수비하다 보면 다소의 거친 플레이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이나 기술이 좋아도 사이즈에서 오는 본연의 차이는 상당히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수의 선수들은 교묘하게 반칙을 섞어 쓴다던가 트래시 토크를 통해 상대를 자극하는 플레이 등을 통해 수비를 펼친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생존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린의 더티플레이는 정도를 지나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리바운드나 몸싸움 과정에서 팔꿈치로 상대의 안면이나 목 등을 노리는 것은 기본이고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고 낭심 등 주요부위를 걷어찬다던가 발을 잡아서 넘어뜨리는 등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플레이도 서슴치 않는다.


넘어진 상대를 밟고 지나가면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경악케하기도 했다. 심판은 바보가 아니다. 방송 장비의 발달로 아주 잠깐의 동작 역시 확대 리플레이가 가능해진 시대다. 그로인해 그린은 적지 않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바 있고 매경기 그런 불안요소를 등에 지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과거 터프가이 중의 터프가이로 불렸던 찰스 바클리조차 해설 도중 테크니컬 파울 2개를 받고 퇴장당하는 그린을 향해 "평소대로 트리플-싱글을 달성하고 나간다'며 비아냥거렸을 정도다. 예전 농구를 겪어왔던 선배의 눈으로도 그린의 플레이는 심상치 않게 보여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그린의 과격한 플레이는 상대팀은 물론 소속팀에게도 위협이 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중요한 순간 테크니컬 파울을 범해 퇴장을 당하게되면 팀전력은 물론 분위기 등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큰 경기에서 일어난 그린의 돌발행동이 패배의 원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티브 커 감독이나 팀의 간판스타 스테판 커리(35‧188cm)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그린을 왜 통제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외려 그들은 언론 등을 통해 그린의 행동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으며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한폭탄 같은 악동이라는 점에서 그린은 시카고 시절 로드맨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당시 로드맨은 개성파이기는 했지만 팀에 피해가 가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려 했으며 이른바 독고다이적인 색깔이 강했다. 그린은 다르다. 온갖 악동 짓을 저지르면서도 본인이 팀을 대표하는 스타라는 것을 자주 내세운다.


실제로 상당 부분 리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케빈 듀란트, 조던 풀 등 자신의 눈에 거슬린 상대는 어떻게든 몰아내 버리는 영향력(?)도 보여줬다. 커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자신의 권위에 대항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커리같은 경우 동료들을 향해 쓴소리도 잘하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사실상 선수단의 발언권을 쥐고 흔드는 것은 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순한 선수들이 많은 골든스테이트에서 그린의 악동 짓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리그에서 경쟁하려면 치열한 기 싸움은 필수인데 그린이 나서서 돌격대장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른팀 같으면 모르겠지만 현 골든스테이트 시스템하에서 그린의 수비와 리딩은 없어서는 안될 무기다.


클레이 탐슨(33‧198cm)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그린의 경기 기여도는 커리 다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 그린과 골든스테이트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수비와 리딩 중심의 그린이 다른 팀에 갔으면 지금같은 스타가 됐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현재 팀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서로가 정말 잘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의 안하무인은 팬들 입장에서 반갑지 않은 요소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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