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싱가포르 7번' 송의영, '대한민국 7번' 손흥민과 당당한 겨루기 "프로의식 강하더라"

이성필 기자 2023. 11.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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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손흥민 선수 유니폼은 제가 바꾸겠다고 했어요."

꿈의 경기에 나선 '싱가포르 7번' 송의영(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은 '대한민국 7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나란히 섰다.

싱가포르로 귀화한 송의영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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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대표팀 송의영(오른쪽)이 손흥민 유니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싱가포르 축구협회 제공
▲ 싱가포르 국가대표 공격수 송의영.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며칠 전부터 손흥민 선수 유니폼은 제가 바꾸겠다고 했어요."

꿈의 경기에 나선 '싱가포르 7번' 송의영(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은 '대한민국 7번'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나란히 섰다. 유니폼을 바꾸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약했다.

싱가포르로 귀화한 송의영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0-5 패배를 맛봤지만, 후반 37분까지 뛰며 분투를 보여줬다.

인천 태생으로 학원 축구 명문 여의도고 출신의 송의영은 2012년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에 진출해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2021년 귀화해 싱가포르 국적을 얻었다. A대표로 부름 받아 11월 키르기스스탄과의 친선경기로 데뷔전을 치렀다.

쉼 없이 달린 송의영은 싱가포르 유니폼을 입고 20경기 4골 3도움을 기록했다. 운명처럼 한국이 싱가포르와 2차 예선 같은 조에 묶이면서 국가대표가 아니면 쉽게 누비기 어려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A매치를 치렀다.

전날(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의영은 "한국을 상대로 상암에서 경기에 나서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꿈의 경기가 현실로 만들어졌음을 전했다.

▲ 설영우 송의영 ⓒ곽혜미 기자

경기에서 송의영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설영우(울산 현대)와 공수 겨루기를 펼쳤다. 돌파에 성공하면 쾌감을, 밀려서 뚫지 못하면 분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상대 선수라 야유도 이따금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따른 것이었다.

최선을 다해 뛴 송의영이다. 경기 후에는 동료들과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같은 7번 손흥민이었다. 유니폼을 들고 와 교환하는 기쁨과 감격을 누렸다. A매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송의영은 "며칠 전부터 동료들에게 말했다. 손흥민과는 제가 (유니폼을) 바꾸겠다고 했다. 황희찬(울버햄턴)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팀에서는 하나만 바꾸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가문을 위한 것이라 (유니폼) 두 개는 해달라고 했다. 개인 비용을 지불해도 된다고 했고 두 개로 했다"라며 웃었다.

6만 4,381명의 대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른 송의영이다.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후반 22분 설영우의 돌파를 막다 다리를 걸어 페널티킥을 헌납했고 황의조(노리치시티)에게 골을 내줬다.

아픈 순간이었지만, 송의영은 한국 대표팀에 공을 돌렸다. 그는 "기회가 두세 번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지 않더라. 감명 깊었던 부분은 한국 선수들이 확실히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실력에 대해서는 이미 싱가포르 모두 알고 있다. 프로 의식이 정말 강하다는 부분에 큰 감명을 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44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 싱가포르 수비 조직력이 좋았다며 감탄을 잊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홈이었다면 5-0이라는 점수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그는 "동료들도 수비에 있어 강한 의지를 가졌다. 계획한 수비가 잘됐다. 전반 실점이 없었다면 조금 적게 실점하지 않았을까 싶더라"라고 복기했다. 이어 "싱가포르 국가 제창을 했고 애국가가 나올때도 혼자 조용히 불렀다"라며 모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혹시나 K리그 무대를 누비는 일도 생길까. 송의영은 지난해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대구FC를 상대로 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다. 그는 "욕심은 난다. 좋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니 말이다. 수준 높은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 한국전에서 더 잘했으면 싶은 생각도 들더라. 정말 뛰고 싶긴 하다"라며 한국인이지만, 이방인 신분으로 또 싱가포르 국민으로 최선을 다했던 90분이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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