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닌 총리가 ‘방북’ 러시아 정부대표단 접견
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가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회의 참석차 방북한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생태부장관을 접견했다. 앞서 올해 방북한 러시아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접견한 바 있다.
17일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총리는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의례 방문한” 코즐로프 장관을 만났다. 통신은 “담화는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였다”고 밝혔다.
코즐로프 장관은 북·러 경제공동위원회(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 협조위원회) 10차 회의 참석차 지난 14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정부대표단 단장이다. 북·러 경제공동위는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북한 공식매체 보도상 김 위원장이 코즐로프 장관 등 러시아 정부대표단을 접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외교장관 회담 차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접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접견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발전보다 핵 무력 고도화와 반미 연대 등 군사·외교적 현안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모습일 수 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준비에 주력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 행보는 지난달 19일 라브로프 장관 접견을 마지막으로 한달 가까이 공식매체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김 총리가 북한 경제사령탑을 맡고 있어 당국을 대표해 코즐로프 장관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북한 최고지도부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기도 하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대표단은 평양에서 열린 경공업 제품 전시회 ‘경공업발전-2023’과 만수대창작사 미술 작품 전시관, 대성백화점, 정백사원을 돌아보고 전날 평양을 떠났다.
북·러 정상회담 후속 조치 방안이 지난 15일 열린 북·러 경제공동위 10차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전날 “2023년 9월에 진행된 조·로(북·러) 수뇌분들의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에서 이룩된 합의에 따라 무역, 경제, 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의 다방면적인 쌍무 교류와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해나가기 위한 대책적인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토의 확정되였다”고 밝혔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러 경제공동위 관련 질문에 “1996년부터 2019년까지 총 9차례 개최됐고 한 3~4일간 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도 과거와 비슷한 일정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까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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