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시아가 패배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강영진 기자 2023. 11. 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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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2년…패배 조짐 없고 경제도 튼튼
푸틴 권력 튼튼하고 외교적 고립도 성과 없어
우크라 유럽 통합 가속화 등 장기 대러 전략 필요
[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러시아 남부군관구 사령부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대화하는 동안 손짓을 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하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3.11.1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패배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에 러시아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벗어나 미국과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상대하는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미국의 러시아 정보 당국자 출신인 유진 루머와 전직 러시아 담당 외교관 앤드류 와이스 등 공동 기고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할 조짐이 전혀 없고, 경제도 크게 위축되지 않았으며, 푸틴의 권력도 공고하고,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도 여전하며, 예프고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대표의 반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엘리트들의 푸틴 지지도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균열되고 있으며 대러 경제제재는 구멍이 뚫리고 있다. 러시아 군수 공장이 활발히 가동되면서 서방 공장들보다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관료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협력을 강화해 유가를 부양하는 등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서방 지원이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푸틴은 외교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석유를 대거 수입해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고 푸틴은 단기적으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수입의 절반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등 주변 국가들을 통한 제재 우회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푸틴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배된 상태지만 지구 “남반부”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이 지났을 때 국가안보전략을 새로 마련했다. 서방과 장기전에 대비하는 내용이다. 이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푸틴 장기전 지속해도 문제없다 판단

푸틴은 장기전을 지속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유럽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약해지는 속에서 겨울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지속하면 우크라이나가 결국 러시아에 유리한 휴전 조건을 받아들이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내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냉전시대의 핵무기 통제 시스템을 폐기하는 등 핵위협을 강화해온 푸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생각이다. 가자전쟁, 식량난, 기후 변화 등 각종 국제 이슈들도 서방에 맞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반면 서방 지도자들은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우크라이나 붕괴를 막기 위해 서둘러 첨단 무기와 실시간 전장 정보를 지원해온 미국과 동맹국들이지만 지금은 장기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푸틴이 전쟁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단기적 수단이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다.

서방 지도자들 러시아 대결 장기화 강조한 적 없어

서방 지도자들은 자국 국민들에게 러시아와의 대결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 적이 없다. 반대로 제재,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성공, 첨단무기 지원 등으로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푸틴이 궁정 쿠데타로 실각할 수도 있다고 기대마저 있었다.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이 쉽게 붕괴할 것이라고 믿은 적이 없다. 대신 장기전을 펴면서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폈다. 조지 케넌의 “끈기 있고 강력하고 민첩하게 러시아의 팽창을 억제한다”는 봉쇄정책이 그 근간이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 봉쇄정책은 제재를 지속하고, 외교적 고립을 강화하며, 러시아의 국내 문제 개입을 차단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억지력과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수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이 될 것이다.

냉전을 전면 재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러시아와 전 세계적으로 경쟁을 시작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더지잡기 게임이 될 뿐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과거 소련이 누렸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과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불과 2년 만에 러시아군이 수십 년 걸려도 이루지 못한 군현대화를 이뤄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는 것은 자선이 아닌 가장 효과적인 서방 전략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통합을 가속화해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노력이 몇 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국 모두에서 결속을 유지하고 결의를 지속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과거 유럽과 미국을 이간질하는데 능란하다.

궁극적으로 푸틴 이후 시대에 대비해야

궁극적으로 푸틴이 물러난 뒤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전임 소련 지도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잘 인정하지 못했다. 푸틴의 후임자가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장기적인 대 러시아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전쟁이 끝나도 유럽과 러시아의 대립이 종식되진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안정된 독립국가로 번영한다면 푸틴과 후임자들은 러시아가 결국 패배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안정된 번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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