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엔 간장게장이 없다…배명훈 소설집 '화성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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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명훈은 2020년 어느 날 외교부로부터 연구 의뢰를 하나 받는다.
화성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배명훈의 신작 '화성과 나'(래빗홀)는 작가가 정치학자로서 수행한 화성의 미래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색적인 연작소설집이다.
살인사건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향한 행정관료 '희나'와 화성 정착 초기의 역사를 기록하는 임무를 맡은 문헌학자 '지요'의 대화와 '희나'의 독백에 소설의 핵심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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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적용할 최선의 제도 모색하는 정착민들…지적 쾌감 선사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소설가 배명훈은 2020년 어느 날 외교부로부터 연구 의뢰를 하나 받는다. 연구 주제는 '먼 미래에 화성 이주가 본격화되면 화성에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SF(공상과학소설) 작가가 필요했는데 한국에 그런 사람은 배 작가 외엔 없었다. 배명훈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SF를 써온 작가다.
이후 2년의 연구 끝에 그는 '화성의 행성정치: 인류정착 시기 화성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전략 연구'라는 보고서를 완성한다.
화성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배명훈의 신작 '화성과 나'(래빗홀)는 작가가 정치학자로서 수행한 화성의 미래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쓴 이색적인 연작소설집이다.
화성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려는 인류가 화성에 적용할 최선의 통치제도와 사회 시스템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첫 수록작 '붉은 행성의 방식'은 인류의 화성 정착 초기 단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살인사건 조사를 위해 현장으로 향한 행정관료 '희나'와 화성 정착 초기의 역사를 기록하는 임무를 맡은 문헌학자 '지요'의 대화와 '희나'의 독백에 소설의 핵심이 담겼다.
희나는 국가들로 쪼개져 오랜 기간 전쟁을 일삼으며 상대방을 죽고 죽인 지구의 역사가 화성에서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
"홉스의 이야기에서 리바이어던은 '자고 일어났더니 시신이 발견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이 사회계약을 맺어가며 창조했다는 괴물이고, 그 정체는 결국 국가다. (중략) 지구에서 리바이어던은 사람을 엄청나게 많이 잡아먹은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화성을 잘게 쪼갤 것이다."(37쪽)
소설 속 화성 문명은 희나의 신념대로 국가가 없는 행성 정부라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지구 문명과의 견해차, 희소한 자원, 파벌 간 갈등 등 정착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겪으면서도 화성인들은 익숙한 지구의 국가 제도로 돌아가지 않고, 창조적이고 대안적 문명을 건설하려 분투한다.
'위대한 밥도둑'이라는 재기 넘치는 단편도 흥미롭다.
화성 정착민 '이사이'는 갑자기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지구에선 별다른 식욕 없이 살았던 이사이는 화성에 온 뒤로 갑자기 열다섯살 무렵 생일날 맛본 간장게장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러나 화성에 꽃게는 없고, 지구에서 해양생물을 식용으로 들여오려면 해수로 된 인공수조를 만들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참다못한 이사이는 '화성의 백종원'으로 불리는 요리사 유유송을 찾아가고, 최고위급 관료와 간장게장 도입 청구 건으로 면담하는 등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진짜 간장게장을 맛보려는 이사이의 좌충우돌 모험담이 이어진다. 작가는 이사이의 모험을 그리면서 화성 정착민들의 구축한 권력구조와 정책 결정 과정 등의 허점과 모순을 예리하게 드러낸다.
수록작들은 작가의 SF적 상상력에 정치제도와 권력관계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력에서 나온 통찰력이 맞물려 색다른 지적 쾌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작가는 책 말미에 수록한 '긴 탐사를 마치며'라는 글에서 "국가 없이 어떻게 행성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면, 이 책에 담긴 새 행성의 삶을 차분히 들여다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래빗홀. 304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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