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 임재범 합류는 '보배로운' 만남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이 시즌3로 돌아왔다. 그런데 임재범과 함께 왔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가수다. 게다가 그가 심사를 한다. 첫 오디션 심사위원 참여다. '싱어게인3'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연출자인 윤현준 CP는 제작발표회에서 "큰 기대없이 섭외를 부탁드렸는데 해주신다고 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면서 "녹화 중 심사하시는 모습을 보니 '심사 신동'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뚜껑이 열리자, 윤 CP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음악적 장르에 대한 깊이, 선후배 뮤지션에 대한 존중, 감성을 건드리는 어휘 선택 등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임재범은 '호랑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일단 외모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중저음의 보이스와 무대 위 카리스마는 그를 범접하기 힘든 존재로 만든다. 실제로 이런 면모를 보여주는 심사평도 나왔다. 초등학교 때 임재범을 본 후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8호 가수에 대해 그는 "말그대로 노래를 '잘만' 했다"면서 "잘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는 것이다. 감흥이 없다는 얘기도 된다. 다음 기회에 더 깊이 신중하게 감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8호 가수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대기실 가수들도 오금이 저릴 비수와 같은 평이었다.
또한 고음에 강점을 보인 26호 가수를 향해서는 "제가 나이 먹어 공연하면서 하던 실수를 다 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감정 표현은 안 좋다. 절제할 필요가 있다. 호흡을 다 내밀어서 부르고 있다. 호흡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임재범의 심사평은 박하지 않았다. 훌륭한 무대를 펼친 가수들을 향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59호 가수를 향해서는 "지금까지 가수들은 경연에 올라오신 분들이었는데, 이분은 혼자 콘서트하러 오신 분"이라는 소감을 내놨고, 그루브 강한 보컬로 '씽크 어바웃 유'를 부른 16호에게는 "내한 공연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마빈 게이가 생각났다. 심사위원을 관객으로 만들어 주셨다. 이전 참가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이 분 노래 들으며 심장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범의 맞춤형 심사평에 인상적이다. 참가자의 나잇대에 맞춘 진솔한 심사평은 가끔은 웃음을 이끌어 내고, 또 가끔은 눈물을 이끌어 낸다. 18세인 46호와 17세인 31호는 알파 세대답게 주눅들지 않고 제 기량을 뽐냈다. 아버지뻘인 임재범이 보는 앞에서도 자신만의 무대를 꾸몄고, 임재범은 흐뭇한 미소로 그들을 반겼다.
46호에게는 "앞서 숨이 막힌 분이 두 분 있었는데 (18호가) 세 번째다. 들으면서 숨이 멎고 노래하는 데 계속 빠져들어서 즐겼다. 너무 잘해서 평가할 필요가 없다. 끝까지 살아남자"고 격려했다.
산울림의 노래를 선택해 10대라고 믿을 수 없을 감성을 끌어낸 31호에 대해서는 "17세 소년이 저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놀랍고 그냥 예쁘다. 더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크고, 나중에 앨범 나오면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10대의 심사평을 마치며 임재범은 "참 잘했어요"라는 맞춤형 평가도 잊지 않았다.
연배 지긋한 참가자로 나올 때 임재범의 태도는 또 달라진다. 그들의 노래 실력을 떠나,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이자 '싱어게인3' 무대에 설 용기를 낸 자세에 대한 칭찬이다. '기타 괴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백발의 7호 가수에게는 "제 옛 향기를 그대로 가지고 계시다. 나이가 들면 기타 플레이 핑거링이 잘 안될 텐데 계속 연습을 해온 것 같다. 그게 고맙다"면서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특히 50호 가수가 등장했을 때 임재범은 자세부터 고쳐 앉았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 그는 "선배님, 저는 누구신지 잘 알고 있고요. 감히 어린 것이… 죄송합니다"라면서 쑥스러워했다. 50호 가수는 전성기 시절 나이트클럽 엔딩곡이었던 '이제는'을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으로 불렀고, 이에 임재범은 "제가 심사를 어떻게 해요 무슨 말씀을 드리냐"면서 "저도 그 당시 이 노래를 좋아해서 부르곤 했다. 아직 그 때 소리 그대로 가지고 계셔서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물론 참가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합격하고 탈락하는지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이 바로 그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임재범은 '싱어게인3'에서 그 수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래 '싱어게인' 애청자"라고 밝힌 임재범은 "여러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왔지만 다른 프로그램보다 운명처럼 끌렸다"고 말했다. 운명은 우연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정해진 방향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임재범의 심사평을 듣노라면 그의 '싱어게인3' 참여는 필연이다. 임재범 섭외가 이번 시리즈의 '신의 한 수'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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