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득점-도움-3점슛-출전시간 ‘ALL 1위’ 작은 이정현 “코트에서 만큼은 ‘큰 이정현’ 될 것”[강동웅의 ‘D인터뷰’]
1R 평균 20.9점-7.2도움 국내 1위
출전 시간 평균 37분23초 전체 1위
“학생 때 센터 하기 싫어 드리블 집중
평소 내향적… 코트 나서면 달라져“
초등학생 시절 ‘작은’ 이정현(24·소노)의 마음에 ‘1번 등불’을 밝힌 건 ‘컴퓨터 가드’ 이상민(51·현 KCC 코치)이었다. 이정현은 당시 전북 군산시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인 전주체육관으로 프로농구 경기를 보러 다니곤 했다. 당시 전주체육관에서는 이상민이 포지션 넘버 원(포인트 가드)로 안방 팀 KCC 야전 사령관 역할을 했다.
최근 만난 이정현(187cm)은 “군산중 때는 농구부에서 내가 키가 제일 컸다. 포인트 가드를 계속하고 싶은데 코치님이 ‘센터 해’라고 할까 봐 슈팅과 드리블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 그 정도로 포인트 가드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원래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런데 코트에만 들어가면 누구보다 화려한 플레이로 주목받고, 동료들을 지휘해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올 시즌 소노는 이정현의 활약에 따라 팀 승패가 갈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라운드 종료 시점(14일) 기준으로 이정현이 평균 26.3점에 도움 8.3개, 3점 슛 성공률 57.6%를 기록한 4경기에서는 소노가 이겼다. 하지만 평균 16.7점에 도움 6.4개, 3점 슛 성공률 26.6%에 그친 5경기에선 졌다.
1라운드에서 4승 5패(7위)에 그친 팀 성적은 아쉽지만 이정현의 개인 기록은 흠잡을 데가 없다. 이정현은 9경기 평균 20.9점, 7.2도움으로 1라운드 일정을 마쳤다. 득점과 도움 모두 국내 선수 중 1위다. 외국인과 혼혈 귀화 선수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나고 자란 선수가 한 시즌 평균 20점을 넘긴 건 2007~2008시즌 방성윤(41·당시 SK·22.1점)이 마지막이다. 이번 시즌 이정현은 지난달 29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34점을 넣어 한 경기 득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날 이정현의 야투 성공률은 ‘농구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90%였다.
지난 시즌만 해도 이정현에게 이 정도 활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정현은 프로에 데뷔한 2021~2022시즌 평균 9.7점 2.7도움, 지난 시즌엔 15.0점 4.2도움을 기록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 가능성까지 언급됐던 군산고 시절 기대치를 프로 입단 3년 만에 현실로 만든 것이다.
이정현은 “현시점 최고 포인트 가드는 허훈 선배(KT)라고 생각한다. 곧 전역해 돌아오는 훈이 형을 이번 시즌에 꼭 넘어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15일 국군체육부대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허훈 역시 “정현이가 (이번 시즌) 정말 좋아졌다. 놀라울 정도”라며 “정현이와 경기에서 맞붙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팀 성적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앞선다. 이정현은 “개인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 성적이 나쁘면 포인트 가드로서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라면서 “1라운드 때는 ‘왜 그렇게 패스했을까’, ‘(내가) 그 슛을 넣었으면 이겼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은 순간이 적지 않았다. 2라운드부터는 이런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서 이정현이 1위인 기록도 있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37분23초)이다. 33분33초로 이 부문 2위인 팀 선배 전성현(32)과 비교해도 3분50초가 길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이후 1라운드 평균 출전 시간 1, 2위 사이에 3분 이상 차이가 나는 건 처음이다.
김승기 소노 감독은 “이정현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 대신 휴식 시간을 충분히 준다. 슈팅 연습을 제외하면 훈련도 시키지 않는다”면서 “이정현이 아직 ‘경기 체력’이 좀 부족하다. 출전 시간을 많이 가져가면서 경기 체력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현도 “출전 시간이 늘어서 오히려 좋다. 기회가 있을 때 더 많이 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1라운드 때는 4쿼터 후반쯤 체력이 떨어지며 실책하는 경우가 있었다. 2라운드부터는 ‘전투력’을 더욱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정현은 “우리 팀은 지난 시즌 초반 약팀으로 평가받았지만 플레이오프 4강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다 보면 시즌 막판엔 강팀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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