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수출 회복세…기재부, 올해 처음 “경기 회복” 언급
기획재정부가 경기 판단과 전망을 담아 매달 발간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올해 들어 처음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난다”는 표현이 쓰였다.
17일 기재부는 ‘최근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 속에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연속 “경기 둔화” 진단을 내렸다. 그러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달 들어 경기 판단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실물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들이 늘었다”면서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경기 판단이 한층 긍정적으로 바뀐 데는 수출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10월 수출이 5.1% 증가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수출 실적이 정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수출 회복을 이끄는 반도체 단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1~10일 수출액은 182억3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11월 전체로 봤을 때도 수출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실물지표가 서서히 반등 양상을 보이는 점, 국제 유가(WTI)가 17일 기준 72.9달러까지 떨어져 올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도 한국 경기 반등에는 호재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3.2%)가 시장 예상보다 더 떨어져 추가 긴축 우려가 낮아진 점도 고려했다.
다만 내수 회복세는 작년~올해 초보다 둔화됐다고 봤다. 지난달 중국 방한관광객이 1년 전보다 967.9% 증가했지만,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각각 1.8%, 4%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8월(103.1)과 9월(99.7)보다 떨어진 98.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고,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 과장은 “경기 흐름 자체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부문별로는 속도 차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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