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울 땐 국밥" 무턱대고 국물 퍼먹다 '골골'…소금 폭탄 피하려면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국물 요리가 생각난다. 국밥과 해장국, 칼국수와 된장국 같은 국물 요리는 몸을 덥혀주고 속도 든든히 채울 수 있어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국물의 민족'인 한국인에게 나트륨 과다 섭취는 피할 수 없는 '숙제'와 같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나트륨 함량 상위 5개 국물 요리는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 뼈다귀해장국(3088.21㎎), 선지해장국(3074.53㎎), 열무김치국수(3007.45㎎), 배추된장국(2339.07㎎), 닭칼국수(2125.17㎎) 순이다. 한 끼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가천대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WHO의 '세계 나트륨 섭취 저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인의 나트륨 일일 섭취량은 4854㎎으로 세계 평균(4310㎎)보다 525㎎ 높고, WHO 일일 섭취 권고량의 2배에 달한다"며 "국물 요리는 간을 세게 하기 위해 많은 양의 소금이 들어가 장류, 젓갈류와 함께 한국인의 나트륨 과다 섭취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과다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과 심장질환, 신장질환,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나트륨이 위 점막에 작용해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장질환의 위험을 키우고 위축성위염을 포함한 만성 위염으로 악화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위암이 발생하게 된다. 골다공증도 문제다.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소변을 통해 칼슘 배출이 증가하고, 체내에 부족한 칼슘을 뼈에서 공급받는 과정에 골다공증의 위험이 급증한다.
실제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면 만성질환 유병률과 이에 따른 사망률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4700㎎인 한국인의 나트륨 일일 섭취량을 3000㎎으로 낮추면 연간 12조6000억원 달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국물 요리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간은 심심하게 맞추며 별도로 소스를 찍어 먹는 등 전체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트륨도 섭취량을 너무 줄이면 되레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다만, 나트륨은 직접 넣은 소금양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식자재에는 소량이라도 나트륨이 포함돼있다. 과일, 채소, 살코기, 생선 등 가공하지 않은 천연 재료를 통해 성인들은 필요한 하루 소금양의 30%를 섭취할 수 있을 정도다. 음식 조리 시 사용하는 분말 수프, 간장을 포함한 각종 조미료 등에도 나트륨이 들어 있다. 김 교수는 "일상에서 무심코 섭취하는 다양한 천연 식자재는 물론 제산제, 방부제, 아스피린, 소화제와 같은 약물에도 나트륨이 있다"라며 "음식 조리나 섭취 시 소금의 양뿐 아니라 식품 첨가물 표시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짠맛에 익숙해진 입맛을 되돌리려면 보통 일주일이 소요된다. 이 시기 소금 사용을 줄여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고 나트륨이 많은 가공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가천대길병원 허정연 영양실장은 "어릴 때부터 된장, 고추장, 젓갈 등을 즐겨 먹는 한국인들의 입맛은 짠맛에 익숙해져 있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지는데 이런 이유로 떨어진 식욕을 돋우기 위해 일부러 음식을 더 짜게 먹거나 조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음식을 싱겁게 먹으면 맛을 느끼는 미뢰가 예민해져 음식의 '참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소금양을 줄여도 향이 있는 양념이나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을 사용하면 한층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특유의 향과 맛을 가진 파, 마늘, 양파, 생각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소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허 영양실장은 "신맛과 단맛을 가미하면 적은 양의 소금을 써도 음식의 풍미를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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