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개월 만에 '경기 회복 조짐' 평가…"반도체 호조에 수출↑"(종합)

김유승 기자 2023. 11. 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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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11월 그린북…"완만한 물가 둔화 속 공급 요인 변동성 상존"
"中 경기·국제유가·美 긴축 우려 축소 등도 韓 전망 밝아진 이유"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 다양한 반도체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2023.10.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회복,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월 '경기 둔화' 평가를 내린 지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회복'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11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 속에 공급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 연속 우리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6~7월엔 '경기 하방 위험 완화', 8~9월 '경기 둔화 흐름 일부 완화', 10월 '경기 둔화 흐름 점차 완화' 등 우리 경제가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는 뜻을 더해 왔다.

기재부가 이달 '회복 조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경기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인식이 이전보다 한층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지표들, 특히 실물 경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모습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단가 오름세에 따른 수출 회복 △예상보다 양호한 중국 경기 전망 △국제유가 안정세 △미국 소비자물가 둔화에 따른 긴축 우려 축소 등을 우리 경제 전망이 한층 밝아진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9월 산업활동동향 주요지표를 보면, 광공업·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 설비·건설 투자에서 모두 증가세가 나타났다.

생산은 광공업 생산(전월비 1.8%, 전년동월비 3.0%)과 서비스업 생산(전월비 0.4%, 전년동월비 2.2%)이 증가해 전(全)산업 생산(전월비 1.1%, 전년동월비 2.8%) 증가로 이어졌다.

10월 수출은 자동차·선박·석유제품 수출 확대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5.1%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10월 2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6% 늘었다.

이 과장은 특히 이달 정부의 경제 평가가 한층 긍정적으로 선회한 주요 원인이 수출 회복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9, 10월 연속으로 수출이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특히 10월 수출은 작년 10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난 이후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이 됐다"며 "11월 1~10일까지도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어 11월 수출은 플러스가 나타나지 않을까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같은 수출 호조를 이끄는 것은 반도체 단가 회복이었다. 이 과장은 "수출의 가장 직접적인 기준 단가인 반도체 D램 고정단가 같은 경우 상당히 오래간만에 상승을 나타태고 있다"며 "선행지표라고 볼 수 있는 현물 가격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상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부가 반도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삼성이나 하이닉스에서 상대적으로 범용 제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감산을 하면서 양쪽에서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빵과 우유, 설탕, 아이스크림 등 28개 민감 품목의 가격을 매일 상시 점검하기로 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돼 있다. 2023.11.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국내 소비 부분을 살펴보면, 소매판매의 경우 전월 대비로는 0.2%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9% 낮은 수준이었다.

10월 소비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 대비 1.6포인트(p) 하락한 98.1이었다. CSI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가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이 과장은 "산업활동동향에서 나타나는 소매판매는 재화에 대한 소비만 나타나고 있고 서비스 소비까지 보면 소비는 그렇게까지 나쁜 건 아니다"라면서도 "수출이나 설비, 건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는 소비는 (회복세가) 더디다"라고 평가했다.

설비투자의 경우 전년 대비 5.7% 낮았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8.7% 나아졌고, 건설투자의 경우 전월비 2.5%, 전년 동월비 14.5% 모두 증가했다.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실적 부분에서 70으로 전월 대비 3p 하락했고, 전망 역시 69로 전월보다 4p 낮아졌다.

9월 현재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p 하락한 99.3이었다. 다만 미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 대비 0.1p 상승했다.

10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4만6000명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 폭이 확대됐다. 실업률은 2.1%로 전년 동월 대비 0.3%p 하락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전년 동월 대비)은 3.7%에서 3.8%로 확대됐다.

정부는 물가에 대해선 '완만한 상승세 둔화'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표현에서 '완만한'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으로, 그만큼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나타낸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상승률은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의 경우 3.2% 상승해 전월보다 상승 폭이 0.1%p 줄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 역시 3.6%로 전월보다 0.2%p 축소됐다.

10월 중 금융시장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 중동 정세 불안 영향 등으로 주가는 하락하고 국고채 금리와 환율은 상승했다.

주택시장의 경우 매매 가격의 전월 대비 상승 폭은 9월 0.25%에서 10월 0.20%로 축소됐다. 반면 전세 가격 상승 폭은 0.32%에서 0.36%로 확대됐다.

기재부는 경제 관련 대외 상황에 대해 "IT 업황 개선·방한 관광객 증가 기대감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물가 등 민생 안정에 최우선 역점을 두면서 내수·투자·수출 활력 제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내외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와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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