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새 생명의 기회 만드는 ‘자궁 이식’, 이보다 더 귀한 경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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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성공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내 첫 자궁이식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소회와, 그간의 과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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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여성은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내 첫 자궁이식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소회와, 그간의 과정을 물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믿고 여기까지 와준 환자분께 감사드린다. 중간에 환자가 마음을 접는다면 의료진은 더 진행할 수 없었다. 환자와 동료 의료진 모두가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는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당시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좌절했을 것 같은데.
“저도 완전히 ‘멘붕’이었다. 자궁 적출 수술을 마치고 환자가 퇴원할 때, 환자하고 눈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길을 피하면 환자가 얼마나 더 좌절할까 싶어서 어렵게 환자를 쳐다봤다 기억이 난다. 환자가 이미 많이 울었는지 눈이 빨개진 채로 정말 어렵게 눈물을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환자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건넸다. 재이식에 대해서는 ‘우리 또 좋은 기회를 봅시다’라고만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
“조건에 맞는 기증자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조건을 따져보니 이 환자에게 자궁을 기증할 수 있는 기증자는 우리 병원에서도 2~3년 만에 생길까 말까 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에 44세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
-뇌사 기증자의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땠나.
“기증자의 가족들이 자궁 기증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증자의 친정어머니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노모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제 진료실로 들어오는 순간이 기억난다. 기력이 없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계셨던 상태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궁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던 노모가 ‘그러면 성공해낼 수 있지요?’라고 물었다. ‘국내 첫 시도인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꼭 성공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늦은 밤 시작된 이식 수술이 다음날 새벽에 끝났다. 기증자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한 뒤에, 언제 이식이 성공했다고 느꼈나.
“환자가 이식한지 29일 만에 첫 월경을 했다. 자궁 없이 태어난 환자에게는 태어나서 하는 첫 월경인 셈이고, 의료진에게는 이식 성공의 신호탄과 같았다. 환자도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다. 그때 희망을 품었다. 이후에 6개월 동안 환자가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 거부반응이 없다는 걸 보면서 성공이라고 판단하게 됐다.”
-자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장기이식을 하는 의사로서 희열을 느꼈다. 내가 의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자궁이식은 다른 장기이식과는 달리 이식을 통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고,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이다. 새 생명의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감정이 든다. 의사로서 ‘이보다 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궁이식을 하지 않더라도, 입양 등을 통해 어머니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간절함을 느끼지 못한다. (자궁이 아예 없어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 그런 점에 대해서 사회가 섬세하게 고민한다면 좋겠다. 자궁이식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명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지 생명권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도 사회가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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