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떨어진 ‘중고 전기차값’, 품질 인증이 해법될까

2023. 11. 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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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시세 전월 대비 최대 8% ↓
판매량도 전년비 두자릿수 감소율
기아, 상태·성능관리로 양질車 제공
업계 “배터리 잔여수명 평가가 핵심”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연합]

국내 전기차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1년 새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업계 최초로 전기차까지 아우르는 인증중고차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기아가 고품질 상품을 통해 전기차 감가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11월 국내 중고전기차 시세가 전월 대비 평균 2.0%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가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74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고 전기차 시세는 전월 대비 최대 8% 하락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국내외 브랜드 구분 없이 시세 하락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6’는 전월 대비 4.9% 내렸고, 기아 ‘쏘울 EV’ 4.5%, 볼보 ‘C40 리차지’ 8.4%, 르노 ‘조에’ 8.1%, 벤츠 ‘EQE V295’ 4.7%, BMW ‘i4’ 4.7%, 테슬라 ‘모델3’ 2.4%의 감소율을 보였다.

중고 전기차 시세는 하반기 들어 하락세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보합(-0.2%) 수준이던 중고 전기차 평균 하락률(전월 대비)은 8월 -0.9%, 9월 -1.7%, 10월 -2.5%, 11월 -2.0%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고 전기차 시세 하락 원인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 ▷제조사들의 가격 인하 경쟁 등을 꼽는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수요 역시 중고 전기차 시세 하락 폭을 키웠다. 실제로 완성차 업체들이 발표한 10월 판매실적에 따르면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전기차 판매량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6’의 경우 지난달 472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무려 87.1%가 줄었고, ‘아이오닉 5’(1471대) 역시 같은 기간 32.2% 감소했다. 제네시스 ‘일렉트릭파이드 G8’(38대), ‘GV60’(111대)도 7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기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EV6’는 지난달 1564대가 팔리며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28.1% 줄었고, 올해 출시한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9’은 전월 대비 판매량이 28.4% 뒷걸음질 쳤다.

신차 시장에 이어 중고차 시장까지 전기차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선 기아가 이달부터 시행에 나선 인증중고차 사업으로 침체된 중고 전기차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품질관리 시스템 기반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해 중고 전기차 시세 감가 폭을 방어하고, 더 나아가 시장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는 기대다.

신차 전기차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1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지만, 중고 전기차 시장은 전체 중고차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0.7%에 수준이다.

특히, 중고 전기차 시장은 차량에 관한 객관적인 성능평가와 가격산정 기준이 없어 판매업체를 거치지 않는 개인 간 거래 비중이 전체의 64%(2021년 기준 국토교통부 이전등록통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배터리의 잔여수명과 안정성 평가 시스템 구축 및 안정적인 운영이 인증중고차 사업 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스마트 EV솔루션(EV 전용 진단기)’으로 전기차 4대 시스템인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해 배터리의 현재 성능·상태 등급을 산정하고,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한 최종 품질 등급에서 3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차량만 고객에게 판매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인증 중고차는 일반적인 중고차 대비 평균 5~10%가량 가격이 비싸다”며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물건과 재래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1년·2만㎞ 의무 보증’과 같은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의 가격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지 여부”라며 “아직 전 세계적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 산정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기아 역시 위탁 방식으로 중고차 배터리 성능을 평가한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 발전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국내 기업의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로 시장 건전성 제고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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