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위기의 기시다…중일정상회담 예상 성적표는?

허효진 2023. 11.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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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기 집권을 노렸던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습니다.

벌써부터 퇴진 여론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요.

1년 만에 성사된 중일 정상회담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일본 기시다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평가가 어떻습니까?

[기자]

통상 지지율의 턱걸이는 30% 선으로 여겨집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최근 벌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29%였습니다.

[NHK '뉴스워치 9'/지난 13일 :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30%를 밑돌았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자민당 정권 복귀 이후로 보더라도 최저 수준입니다."]

교도통신의 여론조사에서도 28.3%에 그쳤는데요.

교도통신 조사에서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건 2009년 아소 다로 내각 말기 이후 처음입니다.

일본 정치권에선 '아오키 법칙'이란 게 있는데요.

내각과 여당 지지율의 합계가 50% 수준 정도에 머물면 정권 교체 신호탄으로 봅니다.

극보수 성향의 산케이 신문의 조사 결과, 이 합계치가 56.8%였거든요.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조기 사임설에 불을 지필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앵커]

지지율 하락엔 아무래도 인사 실패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월, 취임 2년을 맞아 대규모 개각을 단행했는데요.

이때 발탁했던 차관급 인사 가운데 3명이 두 달도 안 돼 연달아 낙마했습니다.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불륜으로, 법무성 부대신이 선거법 위반, 이번엔 재무성 부대신이 세금 체납으로 물러났습니다.

'적재적소 인사'라고 자평했던 기시다 총리는 이 일로 일본 국민들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이런 기시다 총리에 대한 불신임은 일본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여당인 자민당이 최근 지방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한 겁니다.

후쿠시마 현의원 선거에서 과반 유지에 실패했고, 도쿄 오메시 선거와 도쿄도의회 보궐 선거 등에서 자민당이 추천한 후보들이 잇달아 낙선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로는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선거에서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시다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연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러서 장기 집권의 초석을 다질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요.

기시다는 일단 중의원 해산 계획을 단념한 거로 보입니다.

[앵커]

한때는 지지율이 50%가 넘었던 적도 있었는데 어쩌다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인가요?

[기자]

악재가 겹쳤습니다.

물가를 잡지 못한데다 야심 차게 내놓은 감세 정책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냉담한데요.

기시다는 내년 6월 소득세와 주민세를 1인당 우리 돈 35만 원 정도씩 공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실행 목적이 불분명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방위비를 위한 증세 방침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지율 반등을 노렸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겁니다.

또, 앞서 추진했던 일본판 주민등록증인 '마이넘버 카드' 사업도 처참히 실패했는데요.

이 카드에 잘못된 계좌를 등록하는 등 오류가 잇따라서 국민들의 불만만 샀습니다.

[앵커]

기시다는 물론 집권당인 자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기자]

그래서 자민당에서는 오래된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요.

헌법 개정 논의에 돌입하면 당내 결집력도 높이고, 더 나아가 보수층 지지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당의 구상입니다.

자민당은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고, 긴급사태 조항을 손질하고,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구를 조정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야당의 반대와 국민 투표라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는데요.

마이니치신문은 "경제를 강조하던 기시다 총리가 개헌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면 야당의 비판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기시다 총리는 과거에도 지지율 위기를 G7 정상회의 개최로 역전시켰었잖아요.

마침 오늘 중일 정상회담이 있는데, 승부수를 띄울 수 있겠는데요?

[기자]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데도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의지가 강했던 거로 전해집니다.

중일 정상회담이 오늘 오전 중으로 열릴 텐데요.

기시다와 시진핑의 만남은 1년 만입니다.

회담 테이블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은 방류가 시작된 지난 8월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이 일본산 수산물 금수조치를 철폐해 달라고 요구할 거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앞선 중일 외교수장 회동 자리에서도 중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거든요.

그래서 회담에서는 양국 입장 차이만 확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 문제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나마 기대할 부분은 무역 부문인데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과 중국은 '수출관리대화'를 창설하기로 합의했거든요.

수출과 관련한 정례화된 소통 창구를 만들어 양국 간 무역 갈등을 막겠다는 겁니다.

기시다 총리가 만약 이 외에 다른 성과 없이 관계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지지율 반등은 더 요원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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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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