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되살아난 빈라덴 망령…"美에 보내는 편지" 확산

노재현 2023. 11.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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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늘어난 가운데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이번 주 젊은 미국인 수십명이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빈 라덴이 약 20년 전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하며 쓴 편지에 대해 공감을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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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알카에다 수장 9·11 테러 정당성 주장…"미·이스라엘에 복수"
틱톡서 조회수 폭주…"빈라덴의 잔혹함 알아야" 경계 목소리
오사마 빈라덴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늘어난 가운데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편지가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이번 주 젊은 미국인 수십명이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빈 라덴이 약 20년 전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하며 쓴 편지에 대해 공감을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보내는 편지'(Letter to America)라는 제목의 이 편지는 미국 워싱턴DC, 뉴욕 등에서 약 3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년 뒤인 2002년 공개됐다.

빈 라덴은 편지에서 팔레스타인 영토 내 억압에 맞서 미국인과 유대인들을 겨냥한 공격으로 복수해야 한다며 9·11 테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 유대인들이 미국의 정치, 언론, 경제 등을 통제한다며 이스라엘의 탄생과 지속이 커다란 범죄라고 규정했다.

빈 라덴은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이같은 빈라덴 '망령'이 21년이 지난 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로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진 상황과 맞물려 빈 라덴의 편지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되살아난 셈이다.

CNN에 따르면 금주 들어 16일까지 틱톡에서 빈 라덴의 편지 관련 동영상 조회수는 1천400만이 넘었다.

미국 뉴욕의 한 인플루언서는 동영상에서 빈 라덴의 편지가 인생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꿨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유했는데 동영상 조회수가 160여만이나 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나중에 이 동영상은 삭제됐다.

한 틱톡 이용자는 조회수가 10만이 넘은 다른 동영상에서 빈 라덴의 편지와 관련해 "우리가 오사마 빈 라덴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면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야샤르 알리라는 한 언론인이 엑스에 올린 틱톡 동영상은 2천800만번 이상 조회됐다.

또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한 틱톡 이용자가 "그냥 그것을 읽어라. 내 눈이 떠졌다"라며 빈 라덴을 찬양했다고 전했다.

틱톡 애플리케이션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틱톡은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세계적 플랫폼인데 특히 미국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

미국에서 30세 미만 젊은이의 대부분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틱톡을 이용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9·11 테러 후 태어난 많은 젊은이가 빈 라덴의 잔혹함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편지 내용에 동조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편지와 관련해 "혐오스럽고 유해하며 반유대주의적 거짓말들이 확산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 하원의원은 지난 15일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틱톡이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친테러주의 선전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언론 가디언은 자사 홈페이지에 빈 라덴의 편지를 올렸다가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에 의해 퍼진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비판이 커지자 틱톡은 빈 라덴의 편지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틱톡은 16일 성명을 내고 "이 편지(빈 라덴의 편지)를 홍보하는 콘텐츠는 테러리즘 지원에 관한 우리 규정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관련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틱톡에서 빈 라덴의 편지가 검색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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