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30일까지 독립영웅실 철거 강행···“독립군·광복군 지우려”

박은경 기자 2023. 11. 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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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원이 육사에서 받은 자료로 확인
독립영웅 대신 6·25 전쟁사, 해외파병사로 채워
25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연합체인 사단법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함세웅 회장이 경술국이칠인 지난 8월29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 앞에서 항일독립운동가 흉상철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독립전쟁 영웅실을 둘러싸고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선 육군사관학교가 교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오는 30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17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사는 이 같은 일정으로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 착수했다.

독립전쟁 영웅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를 기리기 위해 육사 충무관 내 마련된 공간이다. 육사는 독립전쟁 영웅실 내 명패, 전시물 등을 모두 철거하고 대신 국난극복사 학습 공간을 세울 계획이다. 임진왜란, 베트남 전쟁사, 6·25 전쟁사, 해외파병사 등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국방부는 무리한 흉상 철거 추진과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등으로 한국군의 역사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을 지워버리려 한다”며 “조국의 독립으로부터 시작된 국군의 정통성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국군 창설 이후의 역사만 기리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이제 멈춰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육군 측은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독립군·광복군 항일무장투쟁을 포함해 주요 시대별 국난극복 역사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확대 개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육사는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뿐 아니라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6명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외부 이전하고 다른 흉상도 교내 다른 장소로 옮길 예정이다. 홍 장군의 독립운동 공적과는 별개로 소련 공산당 활동이 육사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흉상 이전은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등과 협의 중이어서 올해 중에는 철거·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념 논쟁과 관련한 지적에 “대적관 확립이나 육사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민생에도 포함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독립운동유공자단체들은 이날 제84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방부의 육사 내 흉상 철거 추진과 독립전쟁영웅실 철거에 대해 “친일사관을 가진 뉴라이트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의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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