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않는 Mr.신, 그래도 말 잘 듣는 콕' 우리카드 1위 비결?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리그 초반 8승 1패(승점 22)로 선두를 달리는 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요인은 '미스터 신'과 '콕'이다.
미스터 신은 콕이 아무리 좋은 기록을 작성해도 칭찬을 잘 해주지 않는다. 외려 더 강한 꾸중이 날아온다. 콕은 그럼에도 미스터 신의 조언을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뿐.
우리카드 돌풍의 핵심인 두 인물. 사령탑 신영철 감독과 외국인 선수 마테이 콕(등록명 마테이·199cm)의 얘기다.
마테이가 신 감독을 부르는 호칭은 '미스터 신'이다. 신 감독은 마테이를 등록명 대신 '콕'이라 부른다. 미스터 신과 콕이 V-리그 정복에 앞장서고 있다.
마테이는 지난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KB손보와 경기에서 혼자서 무려 49득점을 기록했다. 마테이의 맹활약에 팀은 세트 스코어 3 대 2(25-19 23-25 23-25 25-21 16-14)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하마터면 리그 최하위에게 질 뻔한 경기였다. 이를 살려낸 장본인이 마테이다. 이날 승리로 우리카드는 리그 3연승은 물론,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지켰다.
이번 시즌 처음 V-리그를 경험하고 있는 마테이는 지난달 25일 대한항공전에서 V-리그 진출 이후 자신의 최다 득점인 47점을 내며 강력한 우승 후보를 꺾었다. 이후 마테이는 모든 팀들의 경계 대상 1호가 됐다. 그러나 이날은 그 기록마저 뛰어넘었다.
고비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주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아주는 마테이. 큰 칭찬을 해줄 법도 하지만, 신 감독에겐 여전히 부족한 선수다.
사실 신 감독은 경기 전부터 "아직 배구를 잘 모른다"며 마테이의 부족한 점을 늘어놨다. "콕이 어떤 배구를 해야 할지 모른다. 공이 올라오면 그냥 힘으로만 한다"는 것이다.
경기 후에도 최다 득점 기록을 낸 마테이에게 당근은커녕 외려 채찍을 날아왔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콕이 막판처럼 공을 그렇게 때려야 한다. 그런데 자꾸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채찍은 계속됐다. "충분히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인데 성질이 급한 건지 마음이 급한 건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어 "그런다고 해서 안드레스 비예나(KB손해보험·등록명 비에나)처럼 공을 틀어서 테크닉 있는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는 아직 아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마테이는 신 감독의 조언을 하나하나 속 깊이 새겨듣는 모범생이다. 마테이도 이날 승리 후 신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마테이는 신 감독의 조언 중 잘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묻자, "미스터 신은 솔직히 매일 기술적인 것을 얘기하신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마테이는 "매일 집중해서 훈련하는 과정에서 더 향상된 모습을 미스터 신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기회가 생기면 잡아야 한다. 변화하는 모습을 미스터 신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테이는 또 "미스터 신이 원하시는 대로 100% 바뀔 순 없다. 하지만 매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20%, 50%씩 바뀌어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스터 신이 말씀하시는 걸 최대한 따르려 하고, 바꾸려 한다"고 결의에 찬 눈빛도 보였다.
공개적인 칭찬엔 무색하지만, 신 감독은 사실 마테이에게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있다. 신 감독의 선수 육성 안목은 이미 V-리그에서도 평판이 자자하다.
그런 신 감독이 마테이를 향해 "아마 콕의 기량이 더 올라오리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근거는 뭘까.
신 감독이 꼽는 마테이의 최장점은 '배우려는 자세'다. "공 받는 것부터 해서, 이제는 블로킹이 좋아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그걸 배우려고 한다. 자세가 돼 있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신 감독은 지난달 25일에도 마테이에 대해 "말 잘 듣는 외국인 선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신 감독은 "보통 외국에서 온 선수는 말을 잘 안 듣는데, 콕은 잘 듣고 잘 따라준다"며 "경기 중 리듬이나 스텝 등을 체크에 콕에게 말해주면, 콕이 이 부분을 잘 따라준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테이 역시 한국에서 처음 만난 지도자인 신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다. 마테이도 "미스터 신은 경험, 지식 모두 그 누구보다 풍부하신 분"이라며 "선수들이 잘 받아들이고 있어서 팀과 내가 동시에 잘 되고 있다"며 믿음을 보냈다.
신 감독과 마테이의 공통된 목표는 'V-리그 정복'이다. 현재 1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아직 2라운드 초반이기 때문에 앞으로가 진짜 시작이다. 다른 팀들의 기량도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에도 둘은 웃을 수 있을까. 이번 시즌을 흥미롭게 관전할 또 하나의 포인트다.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장충=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연승·1위 질주에도 당근과 채찍'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냉정한 분석
- 다 잡은 승리 놓친 KB손보 후인정 감독 "1명으론 못 이겨"
- '1위 질주 계속' 우리카드, 최하위 KB 잡고 파죽지세 3연승
- 7연패 끊어야 할 KB, 후인정 감독이 선수들에 건넨 조언은?
- '리그 1위'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우리 팀 전력이 좋을까요?
- "우승을 목표로" 윌커슨, 새시즌에도 롯데 유니폼 입는다
- '만장일치로 확실하게' 게릿 콜, 사이영상 드디어 받았다
- 'V-리그에 부는 젊은 바람' 2000년대생들의 괄목 성장
- 꿈틀대는 '한국전력 삼각 편대' 판도 뒤집기 나설까
- 선수 입에서 또 나온 '클린스만 자유 축구', 결과로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