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돌봄 가정에 '숨쉴 틈' 돼준 서울시 긴급돌봄센터

최윤선 2023. 11.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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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은평구에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개소…가정과 비슷·사회활동 지원
이용절차 '매우만족' 92%…보호자 입원·경조사·번아웃 상황에 이용 가능
일상 유지 지원·보호자에 실시간 사진 보내 '안심'…"'돌봄 난민'에 희망"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남성용 숙소 거실 [촬영 최윤선]

(서울=연합뉴스) 최윤선 기자 =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에요. 지치죠. 급한 상황에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는 이런 상황 속에서 제게 숨 쉴 틈이 돼주었습니다."

20대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는 임모(54)씨는 15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란 해당 나이에 인지·언어·운동 등 이뤄져야 할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로, 현행 발달장애인법에서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등을 포괄한다. 임씨의 아들은 지적장애인이다.

임 씨는 지난 6월 말 처음 동료 발달장애인 부모로부터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개소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보다 먼저 일었던 건 '뇌전증과 도전적 행동이 심한 우리 아이도 맡기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었다고 임 씨는 회상했다. 아들의 상태를 살핀 여러 센터나 시설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여러 차례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터였다.

임 씨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고에서 긴급 상황의 예로 명시된 '심리적 소진'이란 단어였다.

십여 년 넘게 홀로 발달장애 아들을 돌본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임 씨는 "돌봄을 혼자 감내하면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심해져 여러 해 동안 약을 복용해왔다"며 이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신반의하며 문의한 센터에서 임 씨는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사흘간 센터에 아들을 맡긴 임씨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설 이용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임 씨는 아들을 맡기고 처음엔 불안했지만, 센터 선생님이 보내준 아들의 사진을 보고 걱정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아들은 집에서처럼 웃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19일부터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경조사, 신체적·심리적 소진과 같은 긴급상황이 있을 때 최장 7일 내(연 최대 30일) 일시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숙소 2인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은평구 구산동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에 자리 잡은 긴급돌봄센터는 낯선 환경을 경계하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 가정과 비슷하게 조성돼 있다.

센터는 남녀 숙소 1곳씩 24시간 운영되며 정원은 각 4명이다. 세면·목욕 등 일상생활과 영화 보기와 같은 취미활동, 산책 등 사회활동 등을 지원한다.

센터에서 만난 김미연(43) 센터장은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발달장애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존에 없던 도전적 행동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등·하교를 도맡거나 평소 먹는 식단을 챙기는 식이다.

김 센터장은 "많은 부모님이 긴급한 상황으로 센터에 자녀를 맡기고도 편히 지내지 못하신다"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용자의 활동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보내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퇴소 시 많은 보호자가 어려운 상황에 센터의 돌봄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긴급돌봄센터의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소한 6월19일부터 11월 현재까지 센터를 이용한 발달장애인은 총 50명이다.

이용 연령은 '20세 이상에서 30세 미만'이 40%(20명)로 가장 많았고, '10세 이상 20세 미만'이 34%(17명)로 그 뒤를 이었다.

장애 유형은 자폐성 42%(21명), 지적 40%(20명), 지적 지체 12%(6명), 지적 뇌병변 4%(2명), 지적 뇌전증 2%(1명) 순이었다.

입소 기간은 7일이 44%로 가장 많았으며, 이용 절차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92%에 달했다.

센터 이용 대상은 만 6세 이상∼65세 미만의 등록된 발달장애인이다.

하루 센터 이용료는 1만5천원, 식비는 본인 부담 1만5천원에 국비 1만5천원이 지원돼 총 3만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식비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보호자는 돌봄서비스 이용 7일 전까지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이용을 예상하지 못한 경우 긴급돌봄센터에 당일 신청도 가능하다.

이용 문의는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02-2135-3635)나 서울시발달장애인긴급돌봄센터(☎ 070-4896-4311)로 하면 된다.

변석빈(47)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사무국장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에 집중해 '배리어 프리'(무장애·Barrier-Free)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발달장애인분들이 '돌봄 난민'처럼 시설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사업이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내 심리안정실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s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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