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선제 회장 선거 앞둔 새마을금고… 후보들 징계, 비방전 ‘얼룩’
김인 회장 대행, 김현수 중앙회 이사 ‘2파전’ 예상
후보들, 잇따라 징계 받고 상호 비방…혼란 가중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첫 직선제 회장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잇따라 징계를 받거나 비방전을 펼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가 지나친 과열 양상으로 흐를 경우 경영 혁신을 이끌어야 할 새 회장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정도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는 12월 21일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한다. 박차훈 전 회장이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직무가 정지된 후 결국 지난달 사임하면서 치러지는 보궐 선거다.
이번 선거는 특히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창립 후 처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하에 1291개곳의 지역 금고 이사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껏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각 지역 금고 이사장 가운데 선출된 350여명의 대의원이 모여 간선제로 회장을 선출해 왔다. 이 때문에 회장은 각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이사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중앙회의 내부 통제가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선거에는 현재 중앙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인 부회장과 김현수 중앙회 이사, 박수용 부산 이사, 최천만 전 새마을금고복지회 대표 등이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김인 부회장과 김현수 이사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유력 후보가 잇따라 관할 금고에서 횡령이나 권역 외 대출 등의 비위, 업무 과실 행위가 적발돼 징계를 받으면서, 사상 첫 직선제 선거라는 의미도 퇴색했다. 중앙회 내부에서는 표적 감사 논란과 징계 형평성 주장까지 나와 혼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회장 선거 출마가 확실시되는 김인 중앙회 부회장은 지난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울 남대문충무로금고에서 지점장이 고객 돈 5억1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중앙회 제재심의부와 감독위원회는 김 부회장에게 내부 통제를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물어 견책 조치를 내렸다.
역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현수 중앙회 이사도 뒤이어 업무상 과실이 드러나 직무 정지 처분의 징계를 받았다. 중앙회는 김 이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대구 더조은금고에서 권역 외 대출과 근로소득 원천징수 누락 등을 적발했다. 또 김 이사는 건설사도 운영 중인데, 그가 본인 땅에 건물을 짓는데 참여한 시공업체가 더조은금고의 보수 공사에도 입찰한 사실이 드러나 사인 간 거래에 대한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두 유력 후보가 잇따라 징계를 받은 이후에도 징계 형평성 논란과 표적 감사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이사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김 부회장이 관할하는 금고에서 더 심각한 비위인 횡령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비교적 가벼운 징계인 견책 조치를 받은 데 그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박차훈 전 회장, 김 부회장 측에 오랜 기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김 이사의 관할 금고에 대해 중앙회가 표적 감사에 나섰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반면 김 부회장 측은 표적 감사 의혹 등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김 이사 측이 징계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사과는 뒤로 한 채 오히려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내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첫 직선제 회장 선거를 앞두고 혼란이 지속될 경우 새마을금고의 경영 혁신 계획도 제대로 이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마을금고의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난 14일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중앙회장의 권한을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 비방과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 등이 난무할 경우 회장 선거 이후에도 내부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혁신을 주도해 나갈 새 회장이 취임 초반부터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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