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선거 사상 처음으로 찬반 투표함 만든 북한, 반대표도 허용한다는 의미?
투표율 99.9%에 찬성률 100%. 북한이 선거할 때마다 선전하는 투표 결과입니다. 다른 나라에 가 있거나 먼바다에 나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전원이 투표하며 전원이 찬성한다는 주장으로, 북한의 선거가 유명무실한 절차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선거제도에 변화를 기하려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가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했고, 개정된 주요 내용이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실렸는데, 선거에서 반대표 행사를 가능하게 할 여지를 주고 복수 후보자에 대해 예비 경선을 치르도록 하는 조항들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투표실에 찬반 투표함 마련, 반대표 허용하나
첫째, 선거에서 반대표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듯한 여지를 뒀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선거는 이런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투표자가 선거장에 도착하면 신분증을 확인한 뒤 '선거표'라는 종이를 교부받습니다. 그런 다음 투표실에 들어가서 투표함에 '선거표'를 넣고 나오면 투표는 끝납니다. 우리처럼 기표소에 들어가 후보자의 이름에 기표를 하는 것과 같은 절차가 없습니다. 단일 후보자에 대한 찬성 표시이기 때문에 '선거표'를 그냥 집어넣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입니다.
북한의 기존 선거법을 보면 "선거자는 찬성하면 표식을 하지 않으며 반대하면 후보자의 이름을 가로 긋는다"(북한 대의원선거법 제64조)고 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반대의사를 표시할 사람은 볼펜으로 '선거표'에 적혀 있는 후보자 이름에 선을 그어서 투표함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2015년 7월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선거 영상을 보면 투표함 위에 볼펜이 있는 것이 보이긴 합니다.
북한도 투표실에는 누구도 들어가거나 들여다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는 있습니다.(북한 대의원선거법 제65조)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투표실에 들어가자마자 투표함에 '선거표'를 집어넣고 나오는데, 볼펜으로 후보자 이름에 선을 그어 투표함에 집어넣는 대담(?)한 사람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탈북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선거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는 개념조차가 없고 어떤 식으로 반대의사를 표하는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를 할 때마다 항상 100%의 찬성률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개정 선거법에서 투표실의 구조를 바꿨습니다. 투표실에 '찬성'과 '반대' 글자를 붙인 서로 다른 색깔의 투표함 2개를 마련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투표자들은 일단 투표함을 보고 반대표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후보자의 이름에 볼펜으로 선을 긋는 것보다는 반대 투표함에 '선거표'를 집어넣는 것이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반대투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덜 수 있습니다. 북한이 예전에 비해 반대표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듯한 제도 변화를 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복수 후보자들이 예비 경선 치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선거는 기본적으로 단일 후보자에 대해 찬성을 표시하는 절차입니다. 각급 인민회의 대의원 후보자들은 선거자들이나 정당, 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아 후보 등록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거자회의라는 곳에서 자격심의를 받습니다.
북한의 기존 선거법은 선거자회의를 주민 거주 지역,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등에서 1백 명 이상으로 구성하고 후보자가 인민의 대표자 자격을 갖추었는지 심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후보자는 이 선거자회의에서 참가자 반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본투표 후보자로 최종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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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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