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안해도 먹고 사는 리서치센터 만든다고?… 애널리스트들 “부서 아예 사라질 것”

정민하 기자 2023. 11.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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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매수 일색의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을 위해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영업을 놓으라고 하면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엔 아예 센터를 폐쇄할 것"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는 리포트 품질보다 영업력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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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매수 일색의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을 위해 리서치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애널리스트 독립성을 위해 법인 영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에 호의적인 리포트를 써주고 일감을 받아오는 경향이 있었던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렇다면 회사(증권사)가 아예 부서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기업·증권사·투자자 등 전반적인 투자 문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이은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9개월 동안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당국이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증권사의 종목 리포트가 매도 의견 없는 ‘매수 일색’이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최근 1년 동안 국내 증권사 33곳이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도 투자 의견 비율은 0.02%에 불과했다.

당국은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법인영업과 묶여 일종의 비즈니스 수단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기업은 주요 고객이기도 한데, 만약 담당 애널리스트가 불리한 리포트를 쓰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에 당국은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에서 영업 부문 지원 관련 지표를 없애고, 예산지원을 공통 분담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즉 리서치센터를 영업 관련 업무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정치권도 애널리스트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막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러나 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말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리포트를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당국 지침만으로 단기간에 전체 환경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존 법인이 아닌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선 매수 리포트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조직 내에서 리서치센터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영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IB 등 다른 부서에 밀려 돈만 쓰는 부서로 인식되는 등 예전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차라리 리서치 보고서 유료화를 추진하면 퀄리티(품질)도 올라가고 수익성 압박에서도 어느 정도 해방될 텐데 현실적으로 무료 제공이 관행이다 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영업을 놓으라고 하면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엔 아예 센터를 폐쇄할 것”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는 리포트 품질보다 영업력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들에겐 부담이다. 드물게 매도 보고서를 내도 ‘공매도 세력이 매도 리포트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주장에 부딪히는 것이다. 일례로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던 하나증권 연구원은 길을 가다가 투자자들이 길을 막아서며 ‘돈 얼마 받았냐’고 폭언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개정안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고, 리포트 관행 개선을 위해 업계 자발적 노력뿐 아니라 다각적인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했던 내용이 알려진 것”이라면서 “업계 등과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내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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