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이유림 "헝가리보다 한국서 더 성장하고 싶어…호두까기 인형 클라라로 변신 중"[문화人터뷰]
유니버설발레단 입단…12월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더 성장하고 싶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헝가리 국립발레단에서 7년간 활동했던 발레리나 이유림이 오는 12월 한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한다. 지난 7월 헝가리 국립발레단 활동을 마치고 10월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로 새롭게 입단한 그는 '호두까기인형'의 주인공 '클라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연말을 마무리하는 상징적인 공연으로 관객들을 처음 만나 설렌다. 얼른 만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짧지 않은 헝가리 생활을 접고 돌아온 건 무용수로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한 결정이었다. "문화적 차이도 있고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이유림은 고민 끝에 지난 1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문을 두드렸다. 영상으로 오디션을 대체할 수 있었으나 직접 한국으로 날아왔다. 헝가리 국립발레단 측에선 그를 붙잡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림의 생각은 확고했다.
"무용수로서 더 발전하고 싶었어요. 제게 도움이 될 새로운 환경과 시각이 필요했죠.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온 만큼 다른 문화 속에 채워지지 않는 것도 있었어요. 무용수로서 더 갈고닦고 피드백도 받고 싶은데, 목마름이 있었죠. 워낙 공연이 많아 무대엔 계속 오르지만, 스스로 침체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국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가족의 빈자리도 컸고, 돌아보니 향수병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대한민국발레축제 등 한국에 들어와 종종 무대에 서긴 했지만 대부분 갈라 무대였다. "자국 무대와 외국인으로서 서는 무대의 에너지가 달라요.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K리그에서 뛰듯, 자국민으로 한국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이유림은 2016년 시칠리아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헝가리 국립발레단 정단원 제의를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헝가리 국립발레단 단장이 그녀를 직접 낙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였다. "만 18살이라서 걱정도 없고 용감하게 갈 수 있었다"고 웃었다.
"그때 발레단에선 단장이 정단원으로 누군가 데려온다고 하는데, 이름도 잘 모르는 친구라 어리둥절했대요. 단장은 기다리라고 하고, 제가 뜬금없이 나타난 거죠.(웃음) 나중에 들어보니 단장님은 제가 세 라운드를 한결같이 잘해서 좋았대요. 기복이 없는 발레리나라는 거죠. 그래도 기대에 부응했나 봐요. 3개월 정도 지켜보자고 했는데, 한 달 만에 군무 중 한 명으로 공연하게 됐어요."
지난 7년간의 헝가리 국립발레단 활동으로 경험치는 단단하게 쌓였다. 입단 3년 만인 2019년엔 헝가리무용가협회로부터 최고 신인무용수상도 받았다. 외국인 무용수가 신인상을 받는 건 드문 일이었고, 현지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됐다.
"한 무용수가 1년에 평균 120회 정도 무대에 서요. 처음엔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공연 횟수가 상당한 만큼 경험이 많이 쌓였죠. 한국에 온 요즘 더 느끼고 있어요. 예를 들어 '호두까기인형'을 35회 정도 하고, '백조의 호수'를 한다면 최소 13회를 해요. 또 '백조의 호수'를 이번주에 올리면 다음주엔 오페라 '마술피리'를 하고, 그 다음주에 다시 '백조의 호수'를 해요. 순환이 굉장히 빨라요."
동료들을 마주하며 연기적으로도 고민을 깊이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역시 에너지가 좋다며 웃는 얼굴이 객석 끝까지 전해진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일상 대화마저도 몸짓이 자연스러워요. 술에 취하거나 졸린 연기를 해도 진짜 같은 모습에 많이 보고 배웠죠."
이틀 만에 갑자기 주역으로 무대에 선 것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초보자에서 성숙한 무용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에튜드'라는 작품이다.
"세 명의 캐스트 중 한 명이 갑자기 다쳐서 급박한 상황이었어요. 발레단에선 기존 캐스트 회차를 늘릴 수 있었지만, 언더스터디로 연습하고 있었던 제게 제의가 왔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기본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테크닉이 탄탄해야 할 수 있는 공연이에요. 그래서 제안을 받고 사실 놀랐어요. 냉큼 하겠다고 했죠. 입단한 지 1년 정도 지나고 생각보다 주역 기회가 빨리 다가왔죠."
4살 때 처음 발레복을 입은 이유림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유니버설발레단 아카데미를 다니며 이 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졸업했고,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군무로 참여한 인연도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날개를 펼칠 그는 어릴 적부터 꿈꾸던 작품으로 '심청'을 꼽았다. 한국 고전을 세계에 알린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다. "초등학생 때 한 학년 위 언니가 어린 심청을 했었어요. 어린 나이에 저도 너무 하고 싶었고, 크면서도 늘 마음속에 있었어요. 더 성숙해지면 '오네긴'의 '타티아나'도 꼭 해보고 싶어요."
다음 달 첫인사를 나누는 그는 내년에 더 많은 무대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새롭게 나타난 저를 이번에 탐색해보고, 내년까지 잘 지켜봐 주세요. 관객들이 무대를 보고 난 후 또다시 저를 찾을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동작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을게요. (어떤 역할이든) '다 되는' 발레리나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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