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빈곤·기후위기… ‘공동의 세계’는 가능한가[출판평론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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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창비)는 불평등과 혐오 등 온갖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공동의 세계'(common world)는 가능한가 묻는 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양산된(혹은 그제야 노출된) 문제도 여럿이지만, 세계는 이미 "환경 파괴, 빈곤, 인종차별, 전 지구적 불평등, 그리고 여성과 LGBTQI(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비롯한 사회적 폭력"에 무방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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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창비)는 불평등과 혐오 등 온갖 문제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공동의 세계’(common world)는 가능한가 묻는 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양산된(혹은 그제야 노출된) 문제도 여럿이지만, 세계는 이미 “환경 파괴, 빈곤, 인종차별, 전 지구적 불평등, 그리고 여성과 LGBTQI(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비롯한 사회적 폭력”에 무방비였다. 팬데믹 이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작동하는 세계를 향해 저자는 “이것은 대체 어떤 세계란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질문의 시발점은 독일의 철학자 막스 셸러다. 셸러는 이미 100여 년 전에 “비극적인 것의 범주에 속하기 위해서 몇몇 가치는 파괴되어야만 한다”고 천명했다. 비극적인 것은 개인적이며 단수적인 것이면서 “그와 동시에 세계의 구성 자체”이다. 이는 더 궁극적인 인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우리 스스로 자기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세계의 파괴, 그리고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들의 파괴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집단적인 결기를 요구하는 이 세계에서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존재로서 이해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저자는 상호의존성의 바탕 위에서 “불평등 문제와 기후 정의 문제를 꼭 함께 다루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와 직결된다. 또 어떤 팬데믹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는 “취약한 집단을 내팽개치지 않는, 혹은 그러한 집단들이 그들의 면역 체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대로 격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의료보험의 보장을 박탈당해 왔던 흑인 및 갈색 인종 공동체, 빈민들, 이주민들, 수감자들, 장애인들, 의료보험의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 트랜스와 퀴어 인민들, 그리고 이전에 질병을 갖고 있었거나 지속적인 의료적 문제들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환언하면 세상 모든 존재에게 복무하는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다만, 저자의 이 말 속에 그 대안만큼은 충분히 담겨 있으리라. “지구와의 관계 안에서 우리 모두가 전염과 오염의 공포 없이, … 우리의 호흡이 세계의 호흡과 섞이며 그 호흡이 교환이 자유롭게 공유되는 세계, 우리는 그러한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에 의존하며 우리 삶의 터전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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