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출 증가율 85%...K-의료기기, 폭발적 성장 이유는
美 FDA·유럽 CE 인증 경험 축적, 해외 시장 승부수
집약된 기술력 기반 제품으로 시장 안착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최근 덴탈과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분야 성장세가 눈부시다. 집약된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과거엔 부족했던 해외 시장 진출 노하우가 결합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시장에서 K-의료기기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임플란트 등 치과 의료기기 기업들과 초음파, 레이저 등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가파르다. 대표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2020년 6350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1조537억원으로 약 66% 성장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 4위 기업(점유율 기준)이다. 또다른은 덴탈 분야 기업인 덴티움(145720)도 같은 기간 매출이 2297억원에서 3559억원으로 약 55% 증가했다. 바텍(043150)은 이 기간 연매출이 2443억원에서 3951억원으로 약 62%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동기간 영업이익도 각각 139%(981→2347억원), 217%(396→1257억원), 152%(316→796억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성장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클래시스(214150)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이 765억원에서 1418억원으로, 약 85% 성장했다. 루트로닉(085370)과 제이시스메디칼(287410)도 같은 기간 매출이 919억원에서 1965억원으로 약 114%, 508억원에서 1165억원으로 약 129% 증가했다. 의료기기 분야 대표기업으로 분류되는 위 여섯 개 기업의 3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은 약 85%, 영업이익 증가율은 약 155%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
막혔던 해외 진출...FDA 허가·CE 인증 노하우로 뚫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K-의료기기 기업들의 성장 배경으로 해외 진출을 꼽았다. 시장성에 한계가 있는 국내 시장보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기기 기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VC) 고위 임원 A씨는 “투자 시장에서도 신약이나 바이오 벤처보다는 의료기기 기업들에 투자하는 빈도가 훨씬 높다”며 “그 이유는 숫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즉 매출이 잡힌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1세대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우 해외 진출이 원활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또는 유럽 CE(통합규격인증마크) 인증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며 “반면 1세대 이후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FDA 허가 및 CE 인증 능력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유철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국내 시장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거나 하지 않았다. 결국 시장성 높은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본 것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 시장의 진출 러시로 인한 매출 상승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덴티움의 경우 매출액의 77%가 해외 매출이고, 클래시스도 매출액의 약 60%가 해외에서 발행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K-의료기기의 높은 호감도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국 바이오헬스 제품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인식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사우디, 프랑스, 태국, 베트남 소비자 중 53.4%가 K-의료기기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약품(38.0%), 화장품(48.1%) 등 주요 산업 섹터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기술·제품력 집약...혁신 기술로 해외 시장 공략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제품이 알아서 팔리고,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K-의료기기 기업들의 해외 시장 선전은 그만큼 기술력과 제품력의 업그레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VC 임원 A씨는 “해외 시장 진출을 결심한 국내 기업들은 소비자와 시장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빠르게 파악해 제품을 개발했다.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최적의 제품을 만들어 공급했던 것이 시장 안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국내에서 먼저 까다로운 절차를 거처 허가를 받고, 의료기관 및 시장에서 환자와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면서 제품력을 입증했다”며 “국내에서 리얼월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해외 진출에 나섰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임플란트 분야의 경우 임플란트 재료만 수출하는 것이 아닌 관련 시스템과 장비, 소모품까지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술이 가장 앞서있다”며 “미용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프랑스 기술력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프랑스의 90% 수준까지 근접한 상태다. 과거부터 장비와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부분들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료기기 섹터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고령화와 가성비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해외 업체들 대비 갖고 있는 경쟁력은 가성비와 기술력으로 평가된다”며 “한국 의료 인프라는 우수한 수준이다. 높은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가성비 제품을 출시해 시술과 치료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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