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박보영의 스펙트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동안 연기해 왔던 캐릭터들처럼 귀엽고 러블리한 줄만 알았다. 그것만 잘하는 줄 알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 다은이나, 직접 만나본 박보영은 다양한 캐릭터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좋은 배우였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연출 이재규)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박보영은 극 중 3년차 간호사 정다은을 연기했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박보영은 출연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이 낮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박보영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대본을 읽기 전에는 편견이 있었다고. 박보영은 “저도 편견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대본을 읽고 나서는 어느 정도 따뜻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잘 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작품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박보영은 작품을 준비해 나갔다. 박보영은 “누구든 저희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신다면 적어도 한 에피소드에서는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엄청 잘 될 거라는 생각보다는 누군가에게 인생 드라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의 도움을 받아 정신의학과 참관을 하며 다은이를 만들어나간 박보영이다. 간호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지, 환자들이 입퇴원 할 때 서류에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동그라미를 치는지까지 세세하게 눈에 담았다고. 박보영은 “한 번은 선생님이 직접 환자와 이야기해 보라고 하셨다. 저는 이미 대본을 본 상태니까 두려움이 앞서더라. 제가 말을 잘못해서 액팅 아웃이 나올 수도 있고, 그때만 해도 ‘환자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라’는 대사의 답을 못 찾은 상태였다. 쉬이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특징 같은 걸 더 보려고 했다”라고 했다.
환자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말라는 대사는 박보영에게 오랜 시간 난제였다. 참관을 통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고. 박보영은 “자세하게는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교수님이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되고, 이렇게 대답하는 게 어때?’라고 하시더라. 그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보영은 현장에 상주했던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다은이의 디테일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박보영은 “간호사 선생님 3분이 현장에 돌아가면서 나와주셨다.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봐주시려고 노력하셨다. 다른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어떠한 업무를 하는 게 리얼리티에 가까운지 알려주셨다”라고 했다.
환자에게 늘 진심으로 대하며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던 다은은 되려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못해 극 후반부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게 된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다은이었기에 우울증에 잠식된 다은이에 시청자들이 느낀 대비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이에 대해 박보영은 “제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외관상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잘 먹지도 않았다. 얼굴이 피폐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다”라고 했다.
최대한 생기 없는 목소리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말하는 것도 자제했다는 박보영이다. 그는 “말을 오랫동안 안 하다가 내뱉었을 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건조함이 있었으면 했다. 최대한 말을 아꼈다”면서 “스스로 고립돼 있었다.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게 있지 않나. ‘나는 조금 아프고 기운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잠식되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다은이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다은이 스스로 환자임을 인지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이 다은과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이었다.
박보영도 다은이 우울증을 극복하는 모습에 큰 공감을 했다고 했다. 박보영은 “제가 다은이랑 비슷하지는 않지만, 어느 부분 맞닿아있는 점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싫은 말을 못 한다”면서 “다은이가 병원에서 상담받으면서 칭찬 일기를 쓰지 않나. 저도 쓰는데,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라고 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희망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도 지난한 하루를 보내고 계시거나 어둠 속에서 힘겹게 본인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쯤은 보시고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드라마가 또 다른 느낌의 아침이 되어드렸으면 해요.”
그동안 박보영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러블리한 이미지가 강했다. 늘 밝고 유쾌하고 사랑스럽게만 보였고, 그런 역할들만 잘할 거란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박보영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정신의학과에 대한 선입견도, 본인에 대한 선입견도 덜어낸 박보영이다. 이에 앞서 개봉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서도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넓은 연기 영역대를 입증했던 박보영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덕분에 박보영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였다. 기존과 다른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두 작품 모두 대중에게 사랑받으면서 박보영은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박보영은 “다른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 작품을 선택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갈증도 많이 해소가 됐다. 이제 대중들이 저의 이런 모습도 잘 봐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이런 작품들을 선택하는 거에 대해서 예전만큼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박보영은 “제가 또 ‘힘쎈여자 강남순’ 특별출연을 하지 않았나. 밝은 작품을 할 때가 됐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것의 중간을 잘 찾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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