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36살…그래도 ‘괴물’ 설 자리는 있다 [이창섭의 MLB와이드]
[이창섭의 MLB 와이드]
류현진(36)이 ‘자유의 몸’이 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 계약이 올해로 끝이 났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통산 60경기 24승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거둔 성적임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성과다.
향후 류현진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그대로 남을지, 아니면 KBO리그로 돌아올지 선택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잔류에 정해둔 기준이 있겠지만, 전적으로 류현진의 의지가 결정하는 문제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을 원하는 팀은 분명히 있다. 불펜 투수들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해도 선발 투수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았다. 특히, 류현진처럼 증명된 ‘왼손’ 투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류현진이 내년에 공을 던질 곳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보라스는 본인의 선수를 띄우기로 유명하지만, 아무한테나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띄어주지는 않는다.
입지는 달라졌다. 2019년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2.3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도 상위 선발을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흘렀다. FA 시장에서 ‘나이’는 중요한 요소다. 우승을 준비하는 팀에서는 상위 선발로 나올 수 있지만,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라면 상위 선발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류현진도 달라진 상황을 인정하면서, 이해하고 있다.
현지에서 류현진에게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는 점은 ‘내구성’이다. 2021년 류현진은 169이닝을 던짐으로써 규정 이닝(162이닝)을 충족했다. 그런데 2013년 메이저리그에 온 이후 류현진이 규정 이닝을 소화한 시즌은 단 세 번밖에 없다. 2021년 이전 2013년(192이닝)과 2019년(182⅔이닝)이 전부다. 올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에서 14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30대 중반 투수가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점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류현진에 대한 가정을 세울 때 ‘건강하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매번 붙는다.
이러한 부분들을 미루어 볼 때 류현진이 받는 제안은 단기 계약일 가능성이 높다. 2년 이상 계약이라면 옵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 건 ‘리스크’다. 위험한 변수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류현진의 걸림돌이 나이와 내구성이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인 드류 스마일리(34)는 메이저리그 12년 차다. 수상 이력이 없지만,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2017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추가 부상이 겹치면서 2017~18년은 메이저리그 마운드도 밟지 못했다. 2019년 돌아온 뒤에도 25경기(21선발) 평균자책점은 6.24로 초라했고,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부터 1년 1100만 달러 계약을 받았다. 당시 스마일리도 32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리치 힐(43)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베테랑이다. 2005년에 데뷔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5년 독립리그에서 뛴 힐은, 정규시즌 막판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하면서 4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이듬해 1년 600만 달러 계약을 안겨줬다. 이 기회를 살린 힐은 2016시즌이 끝나고 엘에이(LA) 다저스와 3년 4800만달러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다저스와 계약 때 힐의 나이는 류현진과 같은 36살이었다. 힐은 후배들의 멘토로서도 인기가 많은데, 이는 류현진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류현진을 ‘메이저리그 투수’로 보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팀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류현진은 결코 매달리는 입장이 아니다. 선택을 내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창섭 SPOTV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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