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자랑스럽다"더니...2년도 안 된 윤핵관의 급변
대선 넉 달 전 처음 등장한 '윤핵관'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대선을 넉 달 앞둔 지난 2021년 11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총괄 선대위로 합류할지를 놓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 쪽과 신경전을 벌일 때였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전권을 요구했지만, 윤 후보 측 거부감이 강했다.
김 전 위원장을 밀어내려는 듯한 보도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 전 위원장 없이 갈 수도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충분히 예우를 해줬다" "총괄 선대위원장 후보군을 3~4배수 준비했다" 모두 '윤핵관' 발언으로 나온 얘기다. 한 달 뒤 또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오늘 조건 없는 합류 선언이 없으면 끝"이라는 '윤핵관' 인용 기사가 전해졌는데 이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반응은 "주접을 떤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을 언급하며 '뒤에 숨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누구도 '내가 윤핵관이다'라고 나서지 않았다. '윤핵관' 인용 발언 기사가 이어지는 데도 윤석열 당시 후보는 한동안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기사에 언급된 윤핵관 발언이 곧 윤석열 후보의 뜻으로 자연스럽게 비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석열 당시 후보가 직접 나서 부인했다. "장제원 의원이 윤핵관인지 여러분이 한 번 물어보십시오. 출근도 하지 않고 자기 주변에 중앙선대위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런 입장인데 윤핵관이 되겠습니까?" 그래도 누구도 '윤핵관'임을 자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대선을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스스로 '윤핵관'을 언급한 '윤핵관'이 등장했다. 바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그는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강원 지역 유세에서(지난해 2월 28일) 지지자들에게 "제 별명이 뭔지 아시죠?" "윤핵관인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단순 윤핵관 언급이 아니었다. 일종의 과시도 있었다. "모든 것은 다 인간관계", "법과 원칙도 있지만 예산 사업하고 지역 예산 확보하는 것은 결국 지역구 의원이 힘이 있느냐 없느냐다", "대통령과 인간관계가 좋으냐 나쁘냐다" 대통령과 가까워야 지역 사업도 잘된다는 걸 노골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윤핵관 중 윤핵관'으로 인식되는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무면허 운전과 경찰 폭행 논란으로 이미 자숙에 들어간 시기였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대선 직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등 굵직한 현안의 물밑 작업을 도맡았다. 이즈음에 윤핵관은 장제원·권성동·이철규·윤한홍 의원으로 정리됐다. 대부분 이전 정부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복귀한 정치 이력이 있다.
급변(急變)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윤핵관'과 당 지도부에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당사자들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권성동 의원 반응이 먼저 나왔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장은 라디오에서 "나는(권성동) 윤핵관 쪽에서 좀 빼달라. 그 범주에서 빼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의원은 무조건 강릉에 출마한다. 인요한 혁신위에서 공천을 안 주면 무소속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권성동 의원은) 본인 지역구 출마 의사가 굉장히 강하다"며 문자 내용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실은 YTN에 "빼달라고 까지 말한 적은 없다"며 "다만 현재도 윤핵관이 자랑스러운지는 말할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버스 92대에 4,200명. 지난 11일 장제원 의원이 동원한 외곽 조직 산악회 회원 수다. 산악회지만 행선지는 산이 아닌 경남 함양체육관이었다. 지지자들이 체육관 안팎을 빼곡히 메운 여러 사진이 장 의원 SNS에 한꺼번에 올라왔다.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는 당일 발언도 공개됐다. 무소속으로라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 출마하겠다는 세 과시다. '혹시 자리가 빌까?' 하고 노리는 세력에 대한 경고도 담겨 있다.
일요일인 다음 날 더욱 센 발언이 나왔다. 장 의원은 부산의 한 교회에서 간증하는 장면을 이틀 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장제원TV) 올렸다. "요즘 장제원(에게) 험지 출마하라고 한다. 제가 16년간 걸어온 길은 지름길이 아니었고 쉬운 길이 아니었다" "우리가 뭐가 두렵고 어렵나. 권력자가 뭐라 해도 제 할 말은 하고 산다"… 간증, 거짓이 아닌 참을 말하는 자리다. 이날 발언은 시쳇말로 '박제'됐다.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입니다" 인요한 위원장이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논란이 되는 '매 발언'까지 나왔는데도 꿈쩍하지 않자 인 위원장은 이른바 '윤심'으로 압박했다. 그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하는 임무를 소신껏, 끝까지 다 해달라.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달라, 이런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이는 공개 발언을 자제해 온 김기현 대표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인 위원장이 '윤핵관' 압박에 나선 이유는 뭘까? 그게 진짜 윤심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기존 '윤핵관'이 내년 총선 전에 정리되고 '찐핵관'(진짜 윤핵관),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이 자리를 대신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게는 20명, 많게는 40명 정도의 '찐핵관·용핵관'이 대기 중이란 말도 흘러나온다. 정치 결사체인 정당 내 권력 다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선이 1년 8개월 지나고 총선을 5개월 앞두고 벌어지는 여권 내 권력 다툼이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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