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등장한 스님의 사찰음식과…백양사 템플스테이의 진면목
아기단풍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白羊寺)를 지난 10일 오후에 찾았다. 천진암(天眞庵) 암주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을 맛보고 주지 무공 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가 맺어준 인연이다.
템플스테이는 일반적으로 수행자의 일상을 체험하는 ‘체험형’과 편히 머물다 가는 ‘휴식형’으로 나뉜다. 체험형은 새벽예불, 108배, 스님과의 차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휴식형을 택해도 원하면 예불과 차담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사찰음식 특화 사찰인 백양사는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수행’ 템플스테이를 별도 운영 중이다.
사찰 방사는 넓고 깨끗했다. 욕실도 여느 숙소보다 깔끔했다. 1박 2일 일정 동안 사용할 수련복과 침구에선 좋은 향기가 났다. 손님을 맞이하는 백양사의 정성이 느껴졌다.
정관 스님은 연 11~13회의 해외 일정을 소화한다. 참가자는 각자 식기를 챙겨와 음식을 3종만 해서 먹는다. 삶은 취나물, 건조 애호박을 정관 스님이 준비하고, 나머지 하나는 현지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음식 자체보단 음식을 만들기 위한 정신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는 정관 스님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일상이 곧 수행인 불교에선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도 수행의 일부다. 사찰음식 체험을 함께하는 이들이 눈물을 터뜨리곤 한다며 많은 이들이 음식을 통해 자신과 대화를 하며 감동하는 것 같다고 스님은 전했다.
스님은 또한 ‘지속 가능한 음식’을 추구한다고도 말했다. 무릇 생명을 존중하며 음식을 만드는 태도는 기후 위기 극복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님은 “사찰음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확신했다.
본격적으로 스님의 조리 과정을 직접 보고 음식을 맛봤다. 조리 중에 스님은 계속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토란국, 샐러드, 표고버섯 조청 조림, 가죽나물 장아찌, 열무 무침, 느타리버섯 브로콜리 무침 등의 음식을 내어줬다.
이후 스님의 아버지가 혼자 찾아와 보름 정도 머물렀다. 아버지는 ‘절에 고기도 생선도 없는데 어찌 살겠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우리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며 표고버섯 조청 조림을 만들고 아버지를 계곡으로 모셨다.
아버지가 맛보고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나’ 하며 감격했다. 이후 부녀는 서로 얘기를 나누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다. 안심한 아버지는 딸에게 삼배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운명했다. 눈을 감기 전까지 스님의 아버지는 ‘아무리 가족이어도 스님에게 삼배하고 예절을 갖춰라’라고 주변에 당부했다고 한다.
정관 스님은 “음식으로 응어리를 풀고 인연 관계를 순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람들이 같이 먹고 마음속 섭섭함을 풀면 좋겠기에 표고버섯 조청 조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번 이 사연을 말했을 텐데 스님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듣는 이의 가슴도 뭉클해졌다.
방사 안에서 맞는 밤은 생각보다 더 추웠다. 온돌이 있었는데도 깊은 산중이라 한기가 올라왔다. 겨울 즈음 템플스테이를 찾는다면, 두터운 겉옷 외에 수련복 속에 받쳐 입을 옷을 챙기는 것을 권한다.
체력에 자신 있는 ‘아침형 인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기자처럼 ‘저질 체력’의 현대인이라면 체험형과 휴식형을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가까운 절에서 참여하고, 거리가 있는 사찰에선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참가하면 좋을 듯 하다. 정관 스님 사찰음식 수행처럼 꼭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전날부터 도착해 몸 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며 무공 스님은 “다름만 있고 틀림은 없는 것인데 한쪽에서만 바라보니 시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삶의 지혜를 전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은 사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 진정으로 나를 아낀다면 내 고통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미움을 버려야 한다”고 무공스님은 말했다.
※ 취재협조 = 불교문화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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