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의 집념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3. 11.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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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으로 돌아왔다. 약 45년 전부터 의문을 가지고 집요하게 추적했던 김성수 감독의 집념이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작품을 낳았다.

22일 개봉되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김성수 감독에게 12.12 군사반란은 오랜 기간 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이야기였다. 1979년 12월 12일 당시 육군참모총장 정승화가 신군부 세력에 의해 납치됐을 때 직접 총소리를 들은 이후로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에 줄곧 관심을 뒀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12.12 군사반란을 쫓던 김성수 감독에게 운명과 같이 ‘서울의 봄’ 시나리오가 주어졌지만, 처음엔 거절했다고. 김성수 감독은 “제가 처음 받았던 시나리오는 역사적 정황이 잘 묘사된 시나리오였다. 이걸 열심히 찍으면 신군부 세력의 승리 기록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또 하나의 멋지고 근사한 악당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어서 손을 놨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 연출을 맡은 이유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날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은 “그 당시 신군부세력들에게 끝까지 맞섰던 사람들을 부각해서 만들면 신군부 세력의 승리의 기록이 아닌 그들이 승리하기 위해서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뻔한 결말이 있는 짧은 사건일지는 모르겠지만, 9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제가 봤을 때 그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원리가 되게 간단했다. 신군부 세력이 자기 사리사욕에 의해서 일을 벌였던 거다. 진압군들이 그들을 당연한 명분과 논리로 막을 수 있었지만, 못 막았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더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관객들에게 신군부 세력이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 “탐욕으로 침을 질질 흘리는 늑대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저는 역사에서 벌어진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대단한 지혜와 역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느끼는 순간적인 욕망과 영달 때문에 즉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성수 감독은 “그 순간 인간 군상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었다. 인물들의 이름을 바꾸니까 제가 자유로워지더라”면서 “제가 다큐멘터리 감독도 아니지 않나. 역사를 손으로 가리키는 걸 포기하는 대신 창작자의 자유로움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사건에 얽힌 인물들이 많은 만큼, 김성수 감독은 캐스팅과 오디션 과정에 대해 고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성수 감독은 “캐스팅하고 오디션 하는 과정이 영화 찍는 과정 보다 더 힘들었다”면서 “중요한 인물이 68명이더라. 외모의 싱크로율은 아예 포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성수 감독은 “그 당시 사람들을 취재했는데, 신군부 세력에 있던 인물들이 굉장히 똑똑하고 근사하게 생긴 사람들이었다고 하더라. 그래도 제 나름대로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를 진압군 쪽으로, 신군부는 근사함도 있지만 늑대 무리들처럼 보이게끔 배우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이태신(정우성)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에 김성수 감독은 실제 인물에서 가장 많은 각색을 거쳐 이태신을 만들었다. 김성수 감독은 “실제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은 굉장히 불같으신 분이다. 전두광(황정민) 보다 더 호랑이 같고 더 다혈질이고 거침없는 분이었다”면서 “제가 만드는 이야기 속 이태신은 여러 사람과 같이 싸우지만 점점 고립돼서 혼자 남는 남자가 되길 바랐다”고 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은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모습이 우성 씨랑 연결되더라. 저희 세대 때에도 근사한 어른 중에 과묵하고 잔 표현은 안 하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시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있었다. 요즘 아버지들은 자상하고 따뜻하지만 저는 옛날 사람이니까 그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런 아버지를 소환해서 원래도 훌륭하신 분이지만 우리 영화 속 인물은 정우성 외피 하고도 비슷하고, 또 그런 사람을 형상화하면 (전두광과) 대비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봄’의 압권은 엔딩이다. 신군부 세력의 몽타주를 박제하는 듯한 엔딩이 주는 인상이 강렬하다. 이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하면 그 사진부터 나온다. 그 사진이 신군부 세력의 승리의 기록 아닌가. 그분들은 되게 자랑스럽고 멋진 기억으로 그 사진을 찍었을 테지만, 제 영화 속에서는 그 반대로 역사의 패배자라는 마음으로 넣었다”라고 했다.

김성수 감독은 “여러분들이 9시간 안에 들어가서 그들과 같이 움직이면서 여러 판단의 순간들을 보면서 같이 생생하게 느꼈으면 했다”라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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