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같아진 공매도…개인 불만 달랠까

우연수 기자 2023. 11.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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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자 거래 등 불법 공매도 불신 여전…"핵심은 불공정거래 적발"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공매도 제도개선방향'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우연수 하지현 기자 = 이번 공매도 제도 개선은 담보 비율과 상환 기관 등 개인과 기관 간 거래 조건을 통일하는 데 주력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개미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공매도와 연계된 주가조작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인데 이런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여론 추이를 보며 추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단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개인에게 유리해졌다? "기관 대차 기한 제한해야"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통일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와 매도한 뒤 해당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값에 매수해 주식을 갚는 거래인데, 그간 개인과 기관이 주식을 빌려오는 조건이 다르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관이 주식을 빌리는 '대차'와 개인이 빌리는 '대주'의 주식 차입 상환기간을 똑같이 '90일+α'로 통일하고, 담보 비율도 105%로 통일한다는 방향을 발표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달라는 개인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현재 기관 대차는 상환 기간에 법적인 제약이 없으며 당사자 간 계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은 한국증권금융 대출업무 규정상 90일까지 가능하며 필요시 보고 후 연장이 가능(90일+α)한데, 기관도 개인의 조건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조건이 같아지면 중도 상환이 없는 개인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은 중도 상환을 요구받지 않고 최소 90일을 보장받는 반면, 기관은 정해진 90일+α 기간 내라 해도 대여자가 요구하면 즉각 되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과 채권으로 담보 비율을 잡을 때도 개인이 기관보다 유리하다. 기관 대차에선 코스피200 주식에 대해 담보비율 135%를, 기타 주식에 대해선 155%를 적용하는 반면 개인은 코스피200에 대해 120%, 기타 주식은 대차 수준의 담보비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조건을 통일하는 것을 넘어 기관들의 상환 기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들은 제도 개선 후에도 거래 당사자들끼리 합의 계약만 된다면 상환 기간을 무제한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90일 이상 상환하지 않는 경우 지금도 장기 대차로 당국에 보고하고 있어, 사실상 변한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개인들은 외국인이 공매도 포지션을 장기간 유지하며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소위 '버티기'를 해, 주가에 하방 압력을 주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력이 없는 개인의 경우 큰 손실을 입고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지만, 외국인 기관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공매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이 장기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시세조종이 일어나고 있단 불신도 만연한다.

금감원은 90일 이상 장기 대차 중인 기관에 대해 불법 공매도 또는 불공정거래와 연루되진 않았는지 중점 감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핵심은 공매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적발"

개인들은 형식적인 거래 조건을 맞추는 것보다도 불법 무차입 공매도와 불공정거래 연루 공매도를 적발하고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만큼, 외국인과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만연할 수 있단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실제로 금감원은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제재 중에 있다. 이날 금감원은 글로벌 IB 전수조사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블록딜 가격을 하락시키거나 블록딜 정보 공개 전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차입 상태에서 고의로 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차거래내역의 관리 부실 등으로 선 매도 후 차입을 반복하는 관행적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날 "일부 글로벌 IB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해 혐의 종목·기간, 위반 내용 등을 확인 중"이라며 "여타 IB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매도 조사 강화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 6일 조사경력자, 영어능통자, 정보기술(IT)전문가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이 같은 상황에 개인 투자자들은 불공정거래 관련 공매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그간 실시간 시스템 구축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일관하던 금융당국은 전향적으로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개선 방안에 구체적으로 담기지는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민당정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으로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에 대해 사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실무 담당자들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의혹 제기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과 유동성 공급을 위해 이들의 공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개인들은 이들이 불법 공매도의 온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장 조성자 관련해선 다양한 가능성 열어두고 점검하되 실태, 사실이 어떤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달 중으로 지난 공매도 금지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내년 6월까지도 제도 개선 사항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 추이를 보며 추가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협의 직후 "제도 개선 방향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최종안을 확정해 입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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