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초읽기 두경민, 플러스? 마이너스?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단연 원주 DB다. 10경기에서 무려 10승 1패(승률 0.909)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일시적인 초반 돌풍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90점대(93.9) 득점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에 어시스트(1위), 스틸(3위), 블록슛(2위). 3점슛(2위), 자유투(3위) 등 각종 팀 기록에서 상위권에 위치 중이다.
전력 자체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올 시즌 우승 후보 중 한팀임이 분명하다. 당초 DB가 이 정도로 초반부터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선수구성, 뎁스 등 기본전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압도적 슈퍼팀 후보로 불렸던 부산 KCC를 필두로 서울 SK, 수원 KT, 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 등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 후보군들이 워낙 쟁쟁했기 때문이다. DB에 대한 평가는 다크호스 정도가 가장 많았다.
DB 1위 질주의 주역으로는 1옵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6‧201cm)과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27‧185cm)가 있다. 이들은 공격력도 빼어나지만 무엇보다 높은 BQ를 앞세운 리딩과 패싱능력이 일품이다. 원활하게 경기 템포를 조절해줄 선수가 맨앞과 맨뒤에 있는지라 볼이 잘 돌지 않을 수가 없다.
그동안 조합이 힘들었던 김종규(32‧206.3cm)와 강상재(29‧200cm)도 동시에 코트에 투입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수시로 생겨나는 빈 공간에서는 김영현, 최승욱, 서민수, 박인웅 등의 외곽슛이 불을 뿜는다. 높이 농구와 양궁 농구가 모두 가능한지라 상대팀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무엇보다 거듭된 승리로 인해 팀 전체 자신감과 분위기가 올라간 것이 고무적이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가 돌아올 예정이니 다름아닌 ‘작은 코뿔소’ 두경민(32·184㎝)이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입단한 이후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앞세운 선수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감 있는 슈팅과 돌파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드로서의 센스나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 등에서는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으나 넘치는 공수 활동량은 그런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이대성, 이관희 등이 그렇듯 사용법만 잘 가져가면 이만한 무기도 없다.
일부에서는 그런 두경민을 가리켜 ‘최강의 넘버2’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에이스, 간판스타로서 팀을 이끌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리딩, 센스 등을 고루 갖춘 전천후 파트너와 함께 할 때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경희대 시절 김민구, DB에서 디온테 버튼과 함께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신장만 놓고 보면 당연히 두경민이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을 것 같지만 경희대 시절 실질적인 게임조율 역할은 슈팅가드 김민구의 몫이었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전천후 슈터이면서도 시야, 센스, 패싱능력 등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갖췄던 ‘천재’ 김민구가 전방위로 팀을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두경민의 높은 활동량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버튼과 함께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 한시즌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역대급 테크니션으로 회자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튼은 DB에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맹위를 떨쳤다. 기본적으로 스피드와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 국내 선수는 물론 같은 외국인선수들까지 수비시 어려워했다. 거기에 더해 준수한 볼 핸들링과 높은 BQ를 바탕으로 리딩가드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버튼 효과’를 제대로 받은 두경민은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최강의 2인자’로서 꾸준하게 뛰어줬더라면 DB도 걱정이 없었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두경민은 ‘양날의 검’같은 성격이 강한 캐릭터였다. ‘농구 역사상 최강급 에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경민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나다.
물론 그렇게 자신감만 가지고 열심히 경기에 임하면 팀 입장에서는 도움되는 것이 많겠지만 아쉽게도 그간 행보는 그렇지않았다.
두경민은 2021년 6월 강상재와의 트레이드로 한국가스공사로 둥지를 옮겼다. 새로운 팀에서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팀 성적을 끌어 올리기는 커녕 동료들과의 불화설이 터지며 분위기만 망쳤다.
때문에 이후 FA 자격을 얻은 그는 기량을 떠나 개인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친정팀 DB가 손을 내밀었다.
두경민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특유의 프라이드 넘치는 말을 뱉어냈다. ‘역시 두경민이다’는 감탄이 사방에서 쏟아져나왔다. 겸손한 선수가 대부분인 국내 농구계에서 뼛속까지 자기애가 넘치는 매우 보기 드문 인물임은 확실했다.
지난 시즌 막판 오른쪽 무릎부상으로 시즌아웃된 두경민은 올해 KBL 컵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통증 재발로 인해 다시 개점 휴업상태로 들어갔으며 현재는 D리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상태다.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두경민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주전급 선수가 하나 추가되는지라 코트에 나설 수만 있다면 전력적인 면에서는 무조건 플러스다. 알바노와 함께 다이나믹한 앞선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식스맨으로 나설시 주전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줄 위력적인 조커로의 활용도 기대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같은 역할을 성실하게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DB에는 디드릭 로슨, 알바노, 강상재가 공격의 핵심이다. ‘내가 에이스다’라는 생각으로 코트 위에서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한다면 자칫 좋은 흐름이 깨져버릴 수도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의 두경민이 어렵게 복귀해 잘 나가는 팀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막무가내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사람의 멘탈이나 성향이라는 것은 때론 이성을 앞질러 버릴 때도 종종 있다. 만약 두경민이 예전의 안 좋았던 모습을 봉인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원주산성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 분명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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