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집 보러 다녀요"…수능 끝나자 '물갈이' 예고한 동네

이송렬 2023. 11. 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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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전용 84㎡ 기준 전셋값 6억~9억원 형성
"전통 학군지 대치동, 입시 전형 무관 수요 多"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한경DB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서울 강남 대표 학군지인 대치동은 수능을 기점으로 전세 시장이 ‘물갈이’된다. 시험 성적이 얼추 윤곽을 드러내는 12월부터 내년 1~2월 손바뀜이 많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수능뿐만 아니라 인근 재건축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내달부터는 전세 시장이 출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 전용 84㎡는 지난 7일 7억3000만원에 새로 세입자를 들였다. 이 단지 전용 76㎡는 지난 13일 6억3000만원에 새롭게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은마 아파트는 수리 상태에 따라 전셋값이 크게 갈린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은마 전용 84㎡의 경우 현재 6억~9억원까지 다양한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전용 76㎡의 경우 5억~7억원에 전셋값이 형성돼 있다. 은마는 1979년 지어진 단지로 지어진 지 44년 된 단지다. 때문에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따라 전셋값이 천차만별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상가 전경. 사진=한경DB


연초 개포동에서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개포4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셋값이 흔들렸다. 새 아파트 전세 물량과 함께 은마에 거주하고 있던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소유주가 이사를 나가면서다. 지난 1월엔 은마 전용 84㎡가 4억원에도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이후 3월까지 전셋값이 출렁이다 4월 들어서부터는 전셋값이 6억원대로 올라섰다.

대치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초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며 "올해 들어 가장 전셋값이 낮았던 시기다. 이후 물량이 대부분 소화된 이후엔 오른 가격으로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됐던 전셋값은 수능이 끝나면서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다. 대치동 일대는 수능을 기점으로 전세 물갈이가 일어난다. 입시 준비를 위해 자녀의 고등학교 시기만 은마에서 지내는 가구가 많아서다.

대치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12월 초 기말고사를 끝내고 이사를 들어오려는 실수요자들이 벌써 집을 알아보러 방문하고 있다"며 "원래 은마는 수능이 끝나고 난 뒤부터 전세 성수기다. 내년 2월까지는 이사 오는 집도, 이사 가는 집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 1단지, 607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전셋값을 더 출렁이게 만들 요인이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원래 이달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강남구청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대치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은마에 거주하고 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집주인들이 많지는 않은 걸로 파악된다"면서도 "그래도 입주가 시작되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내리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일 뿐 전셋값이 크게 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전용 84㎡는 현재 13억원대에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1억원보다 2억원이 올랐다. 최근 빠르게 낮은 가격대 물건이 빠지면서 집주인들도 14억원대 아래로는 계약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개포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가 입주할 때는 전셋값이 빠르게 하락했는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경우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내렸다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는 인근에 있는 단지들의 전셋값도 끌어내렸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때문에 은마의 경우도 일시적으론 하락할 수 있겠지만 전셋값이 빠르게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공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치동이 '전통 명문 학군지'라는 점은 이 지역 전셋값을 받쳐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전날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앴지만,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처음 수능 출제 기조 분석에 나선 EBS 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 영역에서 킬러 문항이 사라졌지만, 문항 자체의 난도는 높았다고 분석했다. '물수능'보다는 '불수능'에 가까웠단 얘기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가 바뀐 점도 대치동 전셋값을 지지할 전망이다. 개편안은 내신 등급 기준을 9개에서 5개로 축소했다. 내신 변별력은 줄이고 수능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심화 수학' 신설 검토, 의대 정원 확대 논의 등은 학부모들을 대치동에 묶어두는 요인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미 IAU 교수)은 "대치동은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대표 학군지로 이미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면서 "입시 제도가 바뀔수록, 새로운 내용이 나올수록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결국 집값, 전셋값은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강남구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전날부터 연립·다가구·다세대주택, 상가 등 비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는 풀렸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규제를 받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고팔 때 사전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지정해 투기 목적 거래를 막기 위해 시행한다. 실거주를 해야만 집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안된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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