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온 엄마에 방도 못 내줘서…" 식당 화재 참변, 아들 눈물

14일 오전 5시43분 인천 중구의 음식점에서 불이 나 베트남 국적 6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 /사진제공=인천소방본부

아들 내외와 손자를 보려고 2주 전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여성이 인천의 한 숙식 제공 식당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졌다.

14일 오전 5시 43분 인천 중구의 음식점에서 불이 나 베트남 국적 60대 여성 A씨가 사망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화재 발생 당시 이 식당에서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A씨는 3년 전 한국으로 온 아들과 생후 5개월 된 손자를 보려고 2주 전 한국에 왔다. 어려운 형편에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숙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16일 JTBC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불은 화재 발생 4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A씨는 음식점 안쪽 방에서 잠을 자다가 불길을 피하지 못했다. 동네 주민이 불이 났다며 식당에 전화를 걸었으나 평소 귀가 어두웠던 A씨는 끝내 전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에 와 3년간 열심히 일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어머니에게 방 한 칸 내줄 수 없었던 아들은 눈물을 흘렸다.

A씨 아들은 "돈이 없어서 우리 엄마 생각이 '좀 일하는 거 도와줘야겠다' (싶어 식당 일을 구한 것)"이라며 "열심히 하고 돈 벌고 건강 잘 지켜서 잘살아 보겠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처음 본 시어머니를 하룻밤 사이 잃은 며느리도 "(어머님이) 손주 보니까 너무 예쁘다고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 장례식에서는 화상 입은 영혼을 위로하는 베트남 추모식을 진행했다. 대사관 승인이 나지 않아 유해를 언제 고국으로 보낼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