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8개월만에 돌아온 '엉클 조' 조용병… 상생금융 해법 찾을까

박슬기 기자 2023. 11. 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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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옥 기자
제 15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됐다. 올 3월 세대교체를 위해 회장직에서 내려왔던 조 전 회장이 은행권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 수장자리에 오르며 8개월 만에 금융계에 복귀한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갑질' 등 날선 발언 이후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요구가 높아져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머니S는 17일 정부의 은행권 상생금융 압박 속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연합회장에 내정된 조 전 회장을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조 내정자는 오는 27일 예정된 은행연합회 사원총회에서 회장 선임안이 의결되면 다음달부터 임기를 본격 시작한다. 관 경력 없이 40년 가까이 신한금융에서 근무한 순수 민간 출신 회장 내정자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은행연합회는 조 내정자를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단독 추천한 배경과 관련해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조 내정자는 신한금융 최초의 행원 출신의 행장이자 회장으로 금융권에선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은행권 셀러리맨의 '신화'로도 불린다. 1957년생으로 대전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84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신한금융에서 근무한 '신한맨'이었다.

직원과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고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 탓에 '엉클 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삼촌이 아닌 엉클로 불리는 이유는 조 내정자가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해외통이어서다. 조 내정자는 1992년 신한은행 뉴욕지점 대리를 시작으로 2007년에는 뉴욕지점장을 맡았다.

이후 글로벌사업그룹과 경영지원그룹 전무, 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조 내정자는 거의 모든 금융권 직무를 거친 '금융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해 자본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감각을 갖췄으며 2015년엔 신한은행장에 취임했다.

2년 뒤인 2017년 조 내정자는 신한금융그룹 회장자리에 올랐다. 2연임을 하며 6년 동안 국내 최대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로서 KB금융을 제치고 신한금융을 리딩금융에 올려놓은 게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다 조 내정자는 손주 재롱을 즐기는 할아버지로서의 삶을 살겠다며 용퇴를 결정하며 올 3월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신한금융 내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지주에서 '맏형' 리더십을 보여왔던 조 내정자가 이날 은행연합회장으로 내정되자 은행권에선 조 내정자의 승부사적 기질과 빠른 추진력이 현 은행권이 당면한 과제들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우선 조 내정자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는 '상생금융'이다.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권을 향해 '이자 장사', '은행 종노릇', '독과점', '갑질'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통한 서민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1000억원 가량의 상생금융안을 선제적으로 내놨지만 당국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 내정자의 용퇴를 "매우 존경스럽다"며 치켜세우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조 내정자는 엄중한 상황 속 관과 원만한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일에는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상생금융 방안 및 규모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은행연합회장도 참여하는 만큼 조 내정자는 향후 논의될 상생금융 협의에서 은행권을 대변해 당국과 소통할 계획이다.

상생금융 이외에도 은행권 신사업 진출에 물꼬를 트는데 조 내정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신사업 진출을 위해 금산분리 제도, 투자일임업 허용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 개선이 더딘 상황이다.

은행권은 현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한해 제한적으로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어 수수료 이익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에서 투자일임업 허용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지만 증권업계 반발로 잠정 보류했다.

소통을 중시하고 따뜻한 리더로 평가받았던 조 내정자가 은행권 상생금융과 신사업 확대를 위해 당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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