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건설 떼고 '환경에너지' 과감한 변신했더니…
환경·에너지 사업 매출 비중, 2년 만에 15% → 32%
IPO 준비 박차…시장서 어떤 성적표 받을지 '촉각'
국내 주택 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비즈니스모델(BM) 혁신을 통해 새 먹거리 찾기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환경·에너지 분야 선두 업체들을 과감하게 인수합병(M&A) 해 신사업 매출 비중을 이미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제는 건설사가 아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SK에코플랜트 이야기다.
많은 건설사가 주력 사업이던 주택·플랜트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캐시 카우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의 사명을 바꾸고 플랜트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등 과감한 체질 변화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1등 기업만 인수…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 중에서도 플랜트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췄던 건설사였다. 사명을 바꾸기 전인 SK건설 시절 매출의 상당 부분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사의 플랜트 사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사명을 바꾸고 플랜트 사업 부문을 자회사(SK에코엔지니어링)로 과감하게 떼어냈다.
첫걸음부터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20년 국내 수처리·폐기물 처리 대표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전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하며 환경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BM 혁신을 본격화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당시 SK주식회사의 PM(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을 담당하며 그룹의 성장동력을 기획했다. 폐기물을 자원화하고 화석 연료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순환경제 마스터 플랜이다. 환경시설관리 인수는 그 일환이었다.
특히 박 사장은 시대의 흐름을 담아 비즈니스를 바꿔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속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수 있는 전략으로 M&A 카드를 꺼냈다. 그의 M&A 철칙은 명확했다. 해당 분야의 '1등 기업'만 인수하는 전략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전기차 폐배터리 및 E-waste(전자전기폐기물) 리사이클링 선도 기업인 테스(TES)와 아시아 1위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 제조사인 SK오션플랜트(전 삼강엠앤티) 인수는 이런 원칙에서 진행했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는 건설, 플랜트 사업을 하며 축적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 환경시설이나 탄소중립산업단지 조성은 물론 초대형 그린수소, 태양광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잇따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밸류 체인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며 "환경 사업의 경우 소각, 매립, 수처리 등 다운스트림 영역에 더해 디지털 전환을 통한 수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미래 먹거리 업스트림 영역까지 완비했다"고 강조했다.
'환경'이 사업 모델… 굵직한 글로벌 에너지 사업 참여
SK에코플랜트는 단순히 '친환경'이 아닌 '환경' 그 자체를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신사업이 곧 ESG경영의 실천이라는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환경 사업의 경우 소각, 매립, 수처리 등 다운스트림부터 전기차 폐배터리, E-Waste,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고부가가치 업스트림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재편했다. 에너지 사업은 재생에너지 사업개발부터 기자제 제조, 발전사업 운영, EPC(설계·조달·시공)까지의 밸류 체인을 갖췄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블룸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블룸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고체산화물 수전해기와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선도 기업이다. 경북 구미에 합작사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고 연료전지 생산 등의 체계를 갖췄다. '바람을 전기로, 전기를 다시 수소로 만드는' 그린수소 밸류 체인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만의 차별화한 환경 사업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소각·매립 등 폐기물 관리에서 더 나아가 폐기물 제로화를 추구하는 리사이클링 시장까지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소각 시설을 순환 경제의 모델로 만들고 있다. 그간 국내 소각 시설은 폐기물을 태우고 배출되는 오염 물질을 기준치에 맞게 사후적으로 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사전에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는 한편 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전기나 스팀 생산도 극대화하고 있다. 또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소각 후 남는 재까지 재활용한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소각로 AI(인공지능) 운전 최적화 솔루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에코플랜트의 AI 소각로는 소각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도록 안내하는 운영 최적화 솔루션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대륙 간 이동이 포함된 글로벌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지난 8월 미국 텍사스 콘초 태양광 프로젝트 등 굵직한 글로벌 에너지 사업에 핵심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두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수주 권한은 약 2조 6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캐나다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참여가 눈에 띈다.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풍력발전 기반으로 탄소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북미 대륙에서 유럽 대륙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총 3단계 중 1단계 사업비만 45억달러(약 6조원) 규모에 이른다.
기업공개(IPO) 준비…시장 반응 '촉각'
이런 성과는 실적에 반영됐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3조 92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3조989억원) 대비 2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9억원에서 1773억원으로 79.3% 늘었다.
특히 환경·에너지사업 매출액은 1조 2649억원으로 전년 동기(5513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비중도 2021년 15.3%에서 올해 상반기 32.2%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에도 매출액 2조 5866억원, 영업이익 12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보다 각각 44.1%, 71.9%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런 체질 개선과 실적 상승을 발판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이미 자본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지난 7월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모집금액 1000억원의 4배가 넘는 4350억원 상당의 자금을 모았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난 2월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도 모집 금액 1000억원의 5배가 넘는 508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며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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