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카리나 앞세운 크러시, '새로'운 역사 쓸까

김아름 2023. 11. 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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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이달 신제품 맥주 크러시 출시
유흥시장 공략용…투명병·숄더리스 특징
비수기 출시·경쟁사 신제품 등은 약점
그래픽=비즈워치

먹던 것만 먹는 K-주당

맥주 시장은 알고 보면 참 보수적인 시장입니다. 소비자들은 늘 '국산 맥주는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고 맛이 없다고 말하지만 과반수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카스'와 '테라'를 찾습니다. 맥주에 소주를 말아 먹는 '소맥 문화'에 책임을 돌리기엔 가정용 시장에서도 여전히 가장 잘 나가는 건 카스와 테라죠. 

그래서일까요. 신제품 맥주가 이 시장을 뚫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2014년 출시된 롯데칠성의 클라우드는 출시 초 돌풍을 일으켰음에도 결국 5%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죠. 그 다음에 출시된 피츠는 제대로 시장에 자리잡지도 못했습니다. 

클라우드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오비맥주가 지난 2021년 출시한 한맥은 '대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기용하고 업계 1위 오비맥주의 유통망을 뒤에 업고도 시장 안착에 실패했죠. 지금은 '넘버 투' 자리를 확고히 굳힌 테라 역시 출시 당시에는 "테라가 실패하면 맥주사업 접는다"는 각오가 나올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신제품 맥주가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시장에 롯데칠성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밉니다. 신제품 맥주 '크러시(Krush)'를 공개한 겁니다. 광고 모델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롯데칠성이 '진심'이라는 의미입니다. 

롯데칠성은 유흥시장을 겨냥해 출시했던 맥주 브랜드 '피츠'가 실패하면서 오랫동안 침체를 겪어 왔습니다. 크러시는 보수적인 K-주당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요?

병만 튀어도 본전은 한다

크러시의 첫인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병일 겁니다. 롯데칠성은 기존 국내 맥주에서 볼 수 없었던 숄더리스(shoulder-less)병을 도입했습니다. 병목과 몸 사이에 굴곡이 없이 올라가는, 일부 수입 주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슬림 디자인입니다. 

병 자체도 투명병을 이용한 데다 병목에 크리스탈 커팅 방식을 도입해 '빙산' 이미지를 살렸습니다. 패키지 겉면에도 빙산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죠. 크러시의 특징인 시원함과 청량함을 시각적으로 살렸다는 설명입니다.

롯데칠성 크러시/사진제공=롯데칠성

병 디자인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지만 기존 맥주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만합니다. 테라가 '녹색병 맥주'로, 올 뉴 카스가 '투명병 맥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면서 판매량이 급상승한 걸 감안한다면, 크러시 역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적으로는, '클라우드' 브랜드를 버렸다는 게 특징입니다. 클라우드 크러시가 아니라 그냥 크러시입니다. 현재 맥주 시장에서 클라우드가 '잘 팔리는' 이미지가 아닌 만큼 독자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도 제품명에 클라우드의 'K'를 넣어 가족의 정체성은 살렸습니다.

새로 효과 볼까

한 가지 기대되는 건 소주 '새로'와의 시너지입니다. 크러시는 유흥 시장 공략용 맥주입니다. 쉽게 풀면 '소맥용 맥주'죠. 같은 회사의 새로와 처음처럼이 잘 팔리면 크러시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새로가 시장에서 2030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크러시도 새로와의 콜라보레이션 마케팅 등을 통해 수월하게 시장에 연착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브랜드는 이미지도 비슷합니다. 새로도 부진한 처음처럼을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지금은 '처음처럼'을 떼 버리고 독자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크러시가 갈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미래가 바로 새로입니다. 

우려도 있습니다. 우선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맥주 '켈리'가 있습니다. 켈리도 출시된 지 이제 겨우 반 년 된 신제품입니다. 기존 브랜드들처럼 '지키는' 마케팅이 아닌, '빼앗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죠. 맥주 시장 영업력·브랜드력이 밀리는 롯데칠성에겐 좋을 게 없는 상황입니다.

롯데칠성의 크러시 티징 광고/사진=롯데칠성 공식 유튜브

출시 시기도 애매하다는 평입니다. 맥주 신제품은 여름을 앞둔 3~4월에 출시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테라와 켈리, 한맥 모두 3월 말에서 4월 초에 첫 선을 보였죠. 크러시는 오는 21일부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미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늦가을입니다. 맥주 비수기에 돌입한 거죠. 초반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을 살릴 또다른 '새로'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잘 나가던 클라우드의 앞길을 막은 '피츠 시즌 2'가 될까요. 함께 '크러시'의 미래를 지켜보시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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