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날려먹던 불효자의 대반전…수익성 개선에 손보사 ‘방긋’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3. 11. 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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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웃돌던 자동차손해율
3년간 80%초반 안정적 관리
1조원대 손실 ‘애물단지’서
이제는 “수익도 난다” 자신
당국發 보험료 인하 압박 커도
내년 보험비교 서비스 앞두고
온라인 점유율 경쟁 불붙을듯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손해보험사들이 ‘적자 상품’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자동차보험에 대해 디마케팅(판매 축소 전략)’을 내려놓고 사업·영업 확대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사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손보사들의 보험이익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자동차 보험의 영업과 관련해 ‘확대 전략’으로 수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대주주 변경 이후 자동차보험 인수심사를 강화하는 등 판매 축소를 진행해 왔다.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면 자동차보험을 대신해 수익성이 높은 장기 인보험에 집중하자는 판단이었다.

실제 롯데손보의 원수보험료(보험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는 2019년 4505억원에서 2020년 2426억원으로 쪼그라 들었고, 작년에는 1821억원으로 2019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원수보험료가 6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 가량 줄어든 상태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그동안은 손해율 관리에 집중했다면 내년부터는 업계의 성장속도에 맞춰 자동차보험에 대한 영업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머신러닝 기법 등의 도입으로 자동차손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을 얻은 상태이고,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손해보험사들의 ‘기본’이라는 사회적 요청에도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동차보험에 대한 디마케팅 전략을 펼쳤던 메리츠화재도 올해 자동차보험 영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도 전체 보험손익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경쟁력 높은 자동차보험 상품을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외국계인 악사손해보험도 내년 자동차보험 영업에 대한 보폭을 더 늘려가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적자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2020년까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은 266억원의 흑자가 났던 201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가 났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적자폭이 1조 원을 웃돌았고, 2019년에는 1조 6445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2021년부터다. 코로나19이후 통행량이 줄어들면서 손실율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2019년 92.9%를 기록했던 손해율은 2021년 81.5%까지 낮아졌고, 2022년에는 81.2%까지 내려왔다. 2021년 3981억원의 보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던 자동차보험은 2022년 4780억원으로 흑자폭을 늘렸다.

올해 엔데믹 상황에서도 자동차보험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손보사들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영업이익이 5559억원이었다. 손해율 역시 올해 상반기까지 78.0%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효과가 없는 올해에도 자동차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 기술 발전과 연관이 깊다”며 “최근 긴급제동장치나 차선이탈방지장치 등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내년에 시행될 보험비교·추천서비스도 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 확대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1월부터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에서 자동차보험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일부 보험사는 점유율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네 곳이 시장 점유율 85.2%를 차지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그동안 사이버채널(CM) 활용이 약했던 중소형사들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에서 ‘상생금융’을 앞세우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5%에서 2% 수준의 자동 차보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요청에 따라 3%까지 자동차 보험료가 인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가 1% 인하될 때마다 약 2000억원의 자동차보험료 수입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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