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HMM?’ 김빠지는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전... 티웨이는 LOI도 안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티웨이항공이 빠지면서 인수전이 사실상 3파전으로 압축됐다. 알려졌던 것과 달리 티웨이항공은 인수의향서(LOI)조차 내지 않은 상태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3개사 모두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매물을 노리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딜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HMM 매각전과 똑같은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향후 본입찰에선 항공업 라이선스가 없어도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이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 2위 LCC 둘 다 빠진 인수전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한항공이 매각 주관사 삼정KPMG를 통해 실시한 화물 사업부 예비입찰에 이스타항공·에어인천·에어프레미아 등 세 곳이 참여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2위 티웨이항공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제주항공뿐 아니라 아직도 업계 일각에서 LOI를 낸 것으로 알려져있는 티웨이항공조차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1, 2위 LCC 업체가 모두 빠지면서 일단 3파전으로 압축된 모양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 화물 사업부 분리 매각을 추진 중인 쪽에서는 티웨이항공이 LOI를 냈다는 얘기에 대해 굳이 정정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흥행 성공을 위해선 좀 더 많은 후보가 경쟁 중인 것처럼 보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티웨이항공 내부에서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상장사다 보니 화물사업부 인수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가 최대주주와 2대 주주 지분율에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주주 티웨이홀딩스의 지분율은 28.7%, 2대 주주인 더블류밸류업 지분율은 20.5%였다. 더블유밸류업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티웨이의 전환우선주(CPS)를 취득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화물 사업부를 인수하려면 외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화물 사업부 예상 매각가는 웬만한 LCC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이며, 부채도 1조원은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령(機齡)이 평균 수명인 25년을 넘은 노후기가 많아, 사업을 인수한 후에도 신조기나 중고기를 들여오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티웨이항공은 부채가 1조1200억원에 달하며, 순자산은 1366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 “본입찰은 라이선스 없어도 참여 가능하도록 문턱 낮출 듯”
예비입찰에 참여한 세 곳 역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만한 체력은 안 된다. 세 후보 중 그나마 이스타항공은 VIG파트너스의 블라인드 펀드가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고래’를 삼키기엔 벅차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올해 1월 VIG파트너스의 품에 안긴 뒤에야 자본잠식에서 겨우 벗어났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였으며, 에어인천은 작년에야 자본잠식에서 탈출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나 에어인천은 사실상 대기업 등 돈 많은 파트너를 빨리 찾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예비입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우려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내년 1월 말쯤 EC의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본입찰에 들어가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가 화주들과 맺은 계약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인수 후 자본적 지출(CAPEX) 계획도 세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본입찰에선 국토부가 항공업 라이선스가 없는 곳에도 입찰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온다. 항공업 라이선스만 있을 뿐 체력이 안 되는 회사들끼리만 경쟁했다간 유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이번 인수전이 PE들만의 경쟁이 되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만큼(에어프레미아는 JC파트너스가, 에어인천은 소시어스가 인수했다), 향후 실제로 딜을 하게 되면 오픈 옥션 형태로 가게 될 수 있다”며 “인수대금 분납을 허용해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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