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문의만 와요"…토허제 풀려도 대치·삼성 非아파트 거래는 '꽁꽁'[르포]

박기현 기자 2023.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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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움직이긴요. 사장님이 판다고 하면 움직일 수도 있겠네요."

업무시설이 즐비한 삼성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것은 한동안 얼어붙었던 비아파트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D 대표는 "아무래도 긍정적이겠지만 토허제 바깥에 있던 지역에서도 어차피 거래가 안 됐던 게 빌라"라며 "갭투자가 가능해졌더라도 규제 완화로 인한 효과보다는 금리 등 다른 변수들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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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황에 매수자 같이 움직이지 않아"
"단독·다가구보단 연립·다세대 거래 가능성 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빌딩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2023.11.16/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가격이 움직이긴요. 사장님이 판다고 하면 움직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한 건물주로부터 온 전화에 A대표는 너스레를 떨었다.

A 대표는 "전화 온 사람은 삼성동에 300억원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장인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물어보려고 연락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A 대표는 매도자로부터 문의가 오고는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업무시설이 즐비한 삼성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것은 한동안 얼어붙었던 비아파트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만큼 거래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동 업무시설 등 토지거래허가대상서 제외…"조금 더 지켜봐야"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비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상가와 사무실은 4년간 직접 입주해야 한다.

앞서 정부와 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로 인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 6월23일 삼성·대치·청담·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후 세차례 연장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 위주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4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세부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허가 대상을 주거·상업·업무·공업용 부동산으로 나누거나 투기 우려의 주체가 되는 개인, 법인 등을 특정해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규제 해제의 이유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허가대상을 용도별로 구분해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법률개정 취지와 투기 우려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는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B 대표는 "상가나 오피스텔 매물이 별로 없다 보니 반응이 뜨겁진 않다"며 "아파트가 해제됐으면 큰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C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또한 "거래가 안 돼서 그간 묶여있던 건물의 매도자들로부터 문의는 하루에만 여러 통이 왔다"면서도 "매수자가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고금리 때문인지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관련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대치동 빌라촌서도 활성화엔 신중론…"연립·다세대 다를 수도"

빌라촌을 두고 있는 대치4동에서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치동의 비아파트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돼 연립·단독·다가구·다세대를 거래할 때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공인중개사사무소 D 대표는 "아무래도 긍정적이겠지만 토허제 바깥에 있던 지역에서도 어차피 거래가 안 됐던 게 빌라"라며 "갭투자가 가능해졌더라도 규제 완화로 인한 효과보다는 금리 등 다른 변수들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다가구보다는 연립·다세대 위주로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치4동의 고원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다세대·연립은 아파트가 아니고 통으로 건물을 사고팔지 않아도 돼 자금 조달 부담이 작아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리가 높아 연말쯤 돼야 시장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아파트도 토지거래허가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B 대표는 "아파트를 풀면 거래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아파트를 묶어놓으니 중개업소가 한숨 돌릴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빌라촌 일대 모습. 2023.11.16/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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