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버이날' 대신 '어머니날' 기념하는 이유는

구교운 기자 2023.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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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5월8일을 '어버이날'로 지정해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의 은혜에 감사를 표시한다.

하지만 북한은 11월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해 기념할 뿐 아버지를 위한 날은 없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에서 11월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11월16일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대회를 열고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란 연설을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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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국가' 체제…'아버지'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뿐
"자녀 육아·남편 뒷바라지가 본분"…차별적 역할 강요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어머니날(11월16일)의 기쁨을 더해주며 축하장들이 새로 나왔다"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우리는 5월8일을 '어버이날'로 지정해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어른들의 은혜에 감사를 표시한다. 하지만 북한은 11월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해 기념할 뿐 아버지를 위한 날은 없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에서 11월16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11월16일은 김일성 주석이 1961년 제1차 전국어머니대회를 열고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란 연설을 한 날이다.

북한에서 아버지를 기념하지 않은 것은 북한 체제의 특수성 때문이다. 북한은 국가를 하나의 가족으로 보는 가족국가 체제이기 때문에 '아버지'라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 총비서 등 최고지도자밖에 없다.

북한은 김 주석은 '아버이 수령', 김 위원장은 '아버지 장군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1984년생, 만 39세인 김 총비서를 '아버지'로 호칭하는 대상이 아동에서 청년층으로 확대된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서 어머니는 '한 가정의 어머니'보다 '사회주의 체제에 헌신하는 어머니'로서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육아·가사 등 가부장제 구조 하의 전통적 여성 역할을 차별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자녀들을 많이 낳아 '혁명 일꾼'으로 길러내는 것이 어머니의 '본분'이라면서다.

북한 여성은 30세 이상이 되면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란 근로단체에 가입하게 된다. 여기서 여성들은 노동에 동원되는 동시에 '가정의 혁명화' 임무, 자녀 교양을 담당하게 된다.

노동신문은 전날 어머니날 기념 사설을 통해 "아들, 딸을 많이 낳고 그들 모두를 나라의 믿음직한 역꾼으로 키우는 것이 사회와 가정 앞에 지닌 응당한 본분"이라며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훌륭히 키워 혁명의 길에 내세우고 남편이 당과 국가가 맡겨준 책무에 충실하도록 뒷바라지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만사람의 존경과 찬양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문은 6면 '사회적 차별 속에 신음하는 괴뢰지역 여성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도 한국을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이 어려운 사회"라고 비난하며 육아를 여성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사회에선 북한 여성들의 지위가 과거보다 향상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배급체계 붕괴로 장마당이 확대되면서 여성이 경제 활동을 시작했고, 소득의 상당 부분을 벌어들이면서 가정 내 위치가 올랐다는 것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마당이 다시 위축되면서 여성의 지위도 저하됐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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