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민재 유니폼 '득템'…대패한 싱가포르 웃으면서 떠났다

▲ 싱가포르 대표팀 송의영(오른쪽)이 손흥민 유니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싱가포르 축구협회 제공

[스포티비뉴스=상암월드컵경기장, 김건일 기자] 경기가 끝나고 공동 취재구역에서 한국 선수들을 기다리는 이들은 취재진뿐만 아니었다.

싱가포르 선수들 역시 선수단 발걸음으로 가지 않고 공동 취재구역 부근에 몰려 한참을 서 있었다. 여기엔 '귀화 선수' 송의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16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경기를 끝나고 원정팀 싱가포르 선수들은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황희찬을 비롯해 김민재와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름 있는 한국 선수들이 공동 취재구역으로 나오자 유니폼 교환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귀화 선수' 송의영이 조심스럽게 다가섰고 김민재와 손흥민, 황희찬 등은 흔쾌히 응했다.

김민재를 기다렸다가 유니폼 교환에 성공한 한 선수는 입이 찢어질 듯 미소지었고 기념 촬영까지 성공했다.

송의영은 손흥민과 기념촬영했고 인터뷰하는 황희찬에게는 "(같이 뛰어서) 영광이었다"고 인사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에 5골 차 대패를 당했지만 '팬 서비스'를 받고 경기장을 떠나는 싱가포르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FIFA 랭킹 155위에 머물러 있는 싱가포르는 한 차례도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아시아에서 치렀던 주요 국제 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다.

A대표팀으로 한정하면 한국 대표팀과 이날이 1989년 이후 첫 번째 맞대결이었다.

또 싱가포르 선수들은 대부분이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0골을 넘긴 손흥민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 그리고 프랑스 리그앙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강인 등 한국 선수들은 이들에게 TV로 접할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이었다.

한국 선수들 역시 브라질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밀집해 있는 강팀과 경기했을 때 이들을 향한 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해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 경기에선 경기 후 이강인이 네이마르를 기다렸다가 함께 사진을 찍은 장면이 화제가 됐다. 그랬던 이강인도 이제 '선수들의 스타'가 된 셈이다.

경기가 끝나고 다카유키 니시가야 감독은 "이날 한국 대표팀은 완벽했다"며 "현재 한국 축구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많은 선수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힘들었다"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이날 조규성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에 황희찬과 손흥민, 그리고 황의조와 이강인의 연속골에 힘입어 싱가포르를 5-0으로 꺾고 2차 예선 첫 승을 신고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와 역대 전적을 22승 3무 2패로 쌓았다. 1968년 8월 27일 싱가포르에서 3-4로 진 경기가 마지막 패배. 이후 15경기에서 14승 1무, 지난 1976년 킹스컵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10연승 중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을 칭찬한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했다. 오늘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야 했다. 10명이 내려서서 2, 3선만 있는 팀을 상대로 첫 득점까지 침착한 경기 운영이 필요했다. 첫 골을 넣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라고 칭찬했다.

FIFA 랭킹에 따라 2차 예선 조편성에서 1번 포트를 받은 한국은 싱가포르, 중국, 태국과 C조에 묶였다.

싱가포르와 1차전을 마친 한국은 중국으로 장소를 옮겨 오는 21일 중국과 2차전을 벌인다.

2차 예선에선 각조 1·2위가 월드컵 3차 예선에 진출하는 동시에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함께 획득한다. 월드컵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든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다.

북중미 월드컵은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 아시아지역 예선도 기존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에 배정된 출전권은 총 8.5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