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철도 안전개혁, 국회 묶인 '철산법' 동상이몽
철도 안전개혁 시계가 1년여째 제자리다. 지난해 열차 탈선과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등 열차와 역사를 가리지 않고 철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철도노동조합 등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철도 안전을 책임지는 양대 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옛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개선 방향을 두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대형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근본적인 안전체계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선진국 수준의 철도 안전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이달 말 '철도안전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지만, 이마저도 '땜질 식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회기 현재 계류 중인 철산법 개정안은 모두 8건이다. 이 가운데 철도 안전체계 개편과 직결된 법안은 모두 2건으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지난해 12월, 올해 9월 발의했다.
사실상 철도청의 후신인 코레일은 본업인 열차 운영뿐 아니라 시설유지보수, 철도 교통관제까지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그러나 열차탈선 사고와 작업자 사망 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코레일의 독점적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단 등 다른 기관에 이관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계류 중인 철산법 개정안은 모두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동일하다. 추진 방향은 정반대다. 조응천 의원안은 독점 구조 해소에, 심상정 의원안은 코레일 업무 일원화에 초점을 맞췄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안전체계와 관려해 발의한 의안이 없다.
조응천 의원안은 위탁 단서 조항을 삭제해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대로면 코레일 외에 철도공단과 제3의 기관 등이 철로 유지보수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심상정 의원안은 철도사업자(운영사)가 시설 유지보수관리를 맡는 내용이다. KTX 등 노선은 코레일이, SRT 노선은 에스알(SR)이 맡는다. 이 외에 공항철도(AREX)·신분당선(네오트랜스)·진접선(서울교통공사) 등 노선의 안전관리도 노선 운영자가 맡게 된다.
철도기관도 두 법안처럼 갈라섰다. 코레일 측은 "철도는 특히 열차·역·시설·관제 등이 연계된 네트워크 산업으로 일원화된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라며 "운영과 유지보수 주체가 동일해야 철도시설의 효율적인 유지보수 업무와 운행 안전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도공단은 "지금도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시설관리자를 배제한 채 특정운영사가 유지보수를 시행하는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철도안전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열차 안전은 아슬아슬한 수준을 위협받고 있다. 올해 들어 열차 탈선사고만 14건 발생했다. 매달 한 번 이상 생긴 셈이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열차 점검·정비와 시설물 관리 등으로 두 기관 간 책임소재 공방부터 벌어진다.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하면서 국토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철도안전체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개편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안전체계의 핵심인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결론은 빠진 반쪽짜리 개편안이 될 것"이라며 "결국 대형 열차사고가 발생한 뒤에나 부랴부랴 뒷북 수습에 나설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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