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평화의댐…평화·안보관광지로 변신 성공
자유·평화 의미 새기는 'DMZ 자유평화대장정'
평화의 댐에서 살랑교, 숲으로다리로 14km 행군
반공시대 유산 평화의 댐, 관광명소로 변모하다
북한강 가로지르는 살랑교, 숲으로 다리를 걷다
나흘 차 부상자 곳곳에…그래도 완주 의지 굳건
▶ 글 싣는 순서 |
①"와~저기가 북한이라구요?" ②천오백년 역사 품은 건봉사…분단 70년 상흔 곳곳에 ③금강산까지 32km…그러나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④'대국민 사기극' 평화의댐…평화·안보관광지로 변신 성공 (계속) |
16일 넷째 날 아침이 밝았다. 벌써 원정의 반이 지났다.
오늘 원정대는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을 시작으로 살랑교, 숲으로 다리를 지나 위라리 원시림 숲길을 걸었다. 총거리는 약 14km다.
"나도 천 원 냈었어"…그들이 기억하는 평화의 댐
"우리는 원정대, 가자가자 DMZ!"
평화의 댐 앞에 선 원정대원들은 김학면 원정대장의 구령에 맞춰 우렁차게 외쳤다. 원정 나흘째 일정은 강원 화천 평화의 댐에서 시작했다.
날은 추웠다. 다들 핫팩과 방한복으로 중무장했다. 12월을 향해가는 늦가을 민통선 이북의 날씨는 실제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대원들이 손을 비비고 폴짝폴짝 제자리 뛰기를 하며 추위를 털어내느라 애를 썼다.
평화의 댐. 80년대생 이전부터는 익숙하고 90년대생은 어렴풋이 들어봤을 수 있지만 00년생 이후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북측의 200억t 물 공격으로 인해 여의도 63빌딩이 잠기는 걸 막아야 하는 목적으로···"
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댐을 건설해 수공(水攻)을 해오면 서울 시내 3분의 1 이상이 침수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한껏 끌어 올렸다.
남녀노소가 몰려나와 북한을 규탄했다. 자발적 시위라기 보다는 관제데모에 가까웠다. 결국은 금강산댐 수공을 막기 위해 우리측 지역에 대응댐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돈을 냈고, 이듬해인 1987년 공사에 착수한다. 성금 총 661억여 원이 모였다.
북한이 금강산댐 수문을 열어 남한을 물바다로 만든다는 시나리오는 김영삼 정부 시절이 되어서야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 내려졌다.
대장정 원정대원 중 여럿이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도 이거 천 원 냈었어요. 그래프까지 만들어서 조작하니 국민들이 깜빡 속아 넘어간 거죠" 한 대원이 35년도 더 지난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이렇게 준공된 평화의 댐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발전용 시설이 없고 수문이 없는 홍수조절용 자연배수 댐으로 분단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 성수기에는 하루 2000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 있는 평화 안보 관광지로 자리 잡기도 했다.
물안개 낀 강 위를 걷다
강원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산이다. 그중에서도 화천은 바로 그 산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어딜 둘러봐도 풀과 산이 가득하고, 곳곳에 흐르는 큰 강과 하천까지 있다.
오후에는 강원 화천군 간동면과 화천읍 대이리를 연결하는 인도교인 '살랑교'를 지나 '숲으로 다리'로 걸었다.
살랑교는 교량이 설치된 곳의 지명인 살랑골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북한강 인근에서 살랑살랑 자주 부는 시원한 바람의 이미지도 담고 있다.
다리 위에서 본 하늘과 산의 조화가 멋스러웠다. 마침 비도 내렸는데 대원들은 빗방울이 강에 떨어져 그려내는 동그라미 문양을 보며 잠시나마 '비멍'에 빠져들었다.
살랑교를 건너 우측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숲으로 다리'가 나온다.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이 이 다리를 숲속 길로 들어가는 다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트레킹 코스이자 자전거길인데, 강과 산을 잇는 다리다. 전체 코스는 천천히 구경하며 걸으면 왕복 1시간가량 소요된다.
걷는 내내 큰 산맥이 길을 감싸고 있고 양쪽엔 물이 가득 차 있어 빼어난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곳을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비가 내려 강에 신비로운 물안개가 꼈다. 차가운 강 위로 따뜻한 비가 내렸다. 따뜻한 비를 맞은 차가운 강은 신비로운 안개를 뿜어냈다. 대원들은 이곳에 한참을 멈춰 서서 사진을 남겼다.
비가 내려 마치 새벽 여명에 물 안개가 낀 듯했다. 시린 하늘 아래 바라본 북한강 줄기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걷는 내내 투명한 물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 참가자가 "신선의 세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자들 피 나고 아파도… "내일 걸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걱정만
매일 저녁 먹기 전 30분가량 처치가 필요한 부상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시간이 있다. 로비 한 켠 마련된 진료 공간에 가 보았다.
원정이 반환점을 돌면서 피로가 누적되고 부상자도 생겨나면서 대원 대여섯 명이 치료를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 한가운데부터 발 날까지 큰 물집이 생겨 걸을 수 없는 상태인 대원도 있었고, 걸을 때마다 오른쪽 골반에 통증이 느껴진다는 대원도 있었다. 또 신발을 벗어보니 새끼발가락에 피가 흥건했다며 처치를 받으러 오기도 했다.
치료 부위는 모두 달랐지만, 처치를 받으며 "내일 걸을 수 있겠지?" "걸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하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은 같아 보였다.
원정 닷새째인 17일에는 강원도 철원 쉬리공원에서 출발해 도창검문소를 지나 용양보 탐방로까지 걷는다. 총거리는 약 10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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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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