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잃었던' 손흥민, 다시 일어나 뛰었다..."나 하나 아프다고 포기할 순 없어"[오!쎈 서울]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뛰었다. 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주장다운 정신력으로 고통을 이겨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5-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2차 예선 C조 1위에 오르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이제 한국은 중국 선전으로 이동해 21일 중국과 2차전을 치른다.
어렵지 않은 승리였다. FIFA 랭킹 24위 한국은 33년 만에 만난 싱가포르(155위)를 5골 차로 물리치며 맞대결 15경기 무패(14승 1무)를 달렸다. 오심으로 인한 골 취소와 골대 불운도 있었지만, 전반 막판 나온 조규성의 선제골과 후반전 나온 황희찬-손흥민-황의조-이강인의 소나기 골을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주장 손흥민도 골을 보탰다. 그는 후반 17분 우측 공간에서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따돌리고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나온 멋진 득점이었다. 이번 골로 그는 A매치 39골을 기록하며 최다 득점 2위 황선홍(50골)과 격차를 줄였다.
가슴 철렁한 장면도 있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던 손흥민은 4-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막판 샤흐 샤히란의 거친 반칙에 쓰러졌다. 무릎을 세게 걷어차인 그는 한동안 경기장 위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안 그래도 손흥민은 종아리 부위를 만지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기에 팬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심지어 그는 토트넘에서도 강행군을 소화하며 자잘한 부상을 달고 뛰는 중이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나 토트넘에서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휴식을 줄 수도 없는 상황.
의료진까지 들어와 손흥민의 부상을 체크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례적일 정도로 크게 항의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잠시 후 일어나 다시 씩씩하게 피치를 누볐고, 큰 문제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에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손흥민 이야기가 나오자 "4-0 상황에서 반칙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 부적절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반칙이었다. 꼭 그런 반칙을 했어야 하나?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났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축구에선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100% 상태로 뛸 수 없단 뜻이다. 예를 들어 반칙당하면 5분간 아플 수 있는데, 그 통증을 참고 경기하는 게 선수 몫이기도 하다. 이강인도 오늘 절뚝거리기도 했는지만, 참고 후반에 좋은 활약을 했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지 볼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부상 여부를 떠나 고통을 느낀 선수로서는 분명 화가 날 수 있는 장면. 사실상 승부가 갈린 후반 막판 나온 반칙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씩 웃으며 털어냈다. 그는 몸 상태를 묻자 "지금은 괜찮다. 사실 경기장에서 오래 누워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살짝 발에 감각이 없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손흥민은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선수들 모두 언제나 작은 부상을 갖고 경기에 뛴다. 모두가 그렇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서 뛰는 건 어릴 때부터 꿈꾸던 무대"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남다른 정신력과 의지가 뚝뚝 묻어나는 말이었다. 그야말로 한국 축구의 에이스이자 주장다운 모습. 그는 "우리 팀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 하나 아프다고 경기를 포기할 순 없다"라며 "정말 못 뛰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뛸 수 있는 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다음 상대는 중국이다. 중국도 한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지만, 원정 경기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다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 보면 매 순간 거친 경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사실 우리도 강팀하고 경기를 할 텐데 '거칠게 하자'라고 말을 나누곤 한다. 아시아에서 우리와 경기할 때는 우리를 화나고 답답하게 하려고 하는 게 어찌 보면 전술이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플레이다. 많이 휘말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면 할 수 있다. 중국이라고 두려워할 것 없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김민재와 조규성 역시 주눅 들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재는 "중국에 가면 우리도 똑같이 거칠게 나가지 않으면 당할 거라 생각한다. 수비에서부터 거칠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의를 불태웠고, 조규성은 "중국이란 팀 자체가 거칠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 우리도 더 거칠게 해서 오늘처럼 대승을 거두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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