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진주만 이후…강제수용소로 간 12만 ‘일본계’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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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7일 이른 아침.
일부 미국인들은 본토도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려움의 대상은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에게 향했다.
일본계 미국인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유언비어와 혐오를 막는 대신, 미국 정부는 모든 일본계 미국인에게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미국에 이민 왔지만 시민권은 얻지 못한 나이든 일본인 이세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일본계 미국인 니세이 등 12만명 이상이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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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미국인의 ‘위협’으로 만들어
철조망 안으로 숨겨 ‘지워진’ 역사
지운, 지워지지 않는
엘리자베스 파트리지 글, 로런 타마키 그림, 강효원 옮김 l 너머학교 l 2만4000원
1941년 12월7일 이른 아침. 일본군이 하와이 진주만 미해군기지를 폭격한 뒤 미국에 살고 있던 일본인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일부 미국인들은 본토도 공격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려움의 대상은 미국 서부 해안 지역에 살고 있는 일본계 미국인에게 향했다. 일본계 미국인이 간첩이 될 수 있다는 유언비어와 혐오를 막는 대신, 미국 정부는 모든 일본계 미국인에게 강제 이주 명령을 내렸다. 미국에 이민 왔지만 시민권은 얻지 못한 나이든 일본인 이세이,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일본계 미국인 니세이 등 12만명 이상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이름 대신 번호표를 달고, 먼지와 방울뱀이 있는 사막의 강제수용소로 가야했다.
‘지운, 지워지지 않는’은 3명의 사진작가가 당시 찍은 사진을 토대로 들려주는 전쟁과 인권 이야기다.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은 미국 ‘전쟁 격리 이주 당국’(WRA)의 “인도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기록용 사진”을 남기려는 요청에 응했지만, 실제론 평범한 미국인을 “위협”으로 부르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토요 미야타케는 맨재너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상황에서 몰래 카메라를 만들고 필름과 인화 약품을 외부에서 들여왔다. 그는 아들에게 “나는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해”라고 말하며, 미국이 철조망 안으로 숨겨 ‘지운’ 역사를 사진으로 남겼다. 또다른 사진작가 앤설 애덤스는 맨재너 수용소장의 요청으로 근면하고 쾌활한 모습의 수감자 사진을 남겼는데, 그가 남긴 것은 같은 사건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됐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파트리지는 랭이 수용소에서 찍은 어린 손자와 순박한 할아버지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썼다. 전미어린이도서관협회 주목할 만한 책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세계 여러 곳에서 전쟁과 감금, 인권 침해와 아동 학대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와 소수자·국가 등에 대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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